현역 최경량 스모 선수 우루토라 다로(왼쪽)가 2024년 7월 120㎏이 넘는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는 모습. 그가 올해 3월 리그에서 5승 2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현지에선 “스모는 몸무게로 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아메바블로그

지난 21일 일본 스모 프로리그 오즈모(大相撲) 조니단(5부 리그) 경기가 열린 오사카 부립 체육관. 지름 4.55m의 도효(土俵·원형 경기장)에 얼핏 봐도 체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두 선수가 마주 섰다. 이날 첫 대진에서 맞붙은 우루토라 다로(37·본명 다카하시 도루)와 다케다(19)의 체중 차이는 무려 100.7㎏. 스모 선수 중에도 거구(163.2㎏)인 다케다와 상대하는 우루토라는 키 165.3㎝, 몸무게 62.5㎏에 불과했다. 현역 스모 선수 중 가장 왜소한 체격의 우루토라가 이길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승부는 예상과 전혀 다른 흐름으로 전개됐다. 심판의 우렁찬 호각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우루토라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도효 외곽을 돌면서 공격 기회를 엿보았다. 상대가 잠깐 멈칫한 순간, 우루토라가 번개같이 몸을 낮춰 다케다의 오른쪽 다리를 낚아채더니 도효 밖으로 쓰러뜨렸다. 승부가 갈리는 데 걸린 시간은 단 6초. 우루토라는 다케다와 엉켜 넘어지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모래 위에 혼자 남은 다케다는 패배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주저앉아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8일 개막한 3월 리그에서 우루토라가 거둔 다섯 번째 승리였다. 일본 프로 스모는 최상위 리그 격인 ‘마쿠노우치’를 비롯해 총 6부 리그로 나뉘며, 체급 구분은 따로 없다. 5부 리그인 ‘조니단’에서 뛰는 우루토라는 노련한 ‘아시토리(상대 발을 낚아 넘어뜨리는 기술)’로 몸무게 120㎏을 훌쩍 넘는 선수들을 연이어 제압했다. 이날도 자기보다 100㎏ 넘게 무거운 다케다를 맞아 주특기인 다리 낚아채기 기술로 승리를 따냈다.

현역 최경량 스모 선수 우루토라 다로. 올해 3월 리그에서 5승 2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현지에선 “스모는 몸무게로 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아메바블로그

우루토라는 작은 체구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스모 선수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프로를 목표로 체중을 늘리며 훈련하는 것과 달리, 그는 학창 시절 정식으로 스모를 배운 적이 없다. 고교 졸업 후에는 일반 기업에 취업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계를 꾸렸다.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던 그는 지인의 권유로 어린 시절 동경하던 스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바라키현의 명문 도장 ‘시키히데베야’에 무작정 지원서를 냈고, 유도와 격투기로 다진 근성과 순발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왜소한 체격이 걸림돌이 됐다. 정식 스모 선수(力士·리키시)가 되려면 신체 검사에서 ‘체중 67㎏ 이상’이라는 기준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루토라는 신체 검사 직전 2ℓ 페트병 두 병 반의 물을 단숨에 들이마시는 집념을 보이며 아슬아슬하게 몸무게 기준을 넘겼다. 2010년 9월 프로 데뷔 후 신인 무대인 마에즈모(前相撲)에서 2승 2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체중은 다시 60㎏ 초반대로 돌아왔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 체력을 소진시키고 거구들의 하체를 공략하는 자신만의 필살기를 완성했다.

‘우루토라(울트라의 일본식 발음)’라는 독특한 활동명도 그의 경기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마른 체구로 겁 없이 거구들을 상대하는 그를 보고 도장 관계자가 “마치 ‘울트라맨’ 같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일본 히어로물의 원조 ‘울트라맨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평범한 체형에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괴수들을 물리친다는 점이 그와 닮아 있어 스모 팬들은 열띤 응원을 보낸다.

어느덧 프로 17년 차. 가벼운 몸으로 거구들의 경연장에서 살아남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체중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덩치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부상도 잦았다. 데뷔 4년 만인 2014년엔 왼쪽 어깨 탈구로 10개월 넘게 재활에 매달렸고, 이듬해에는 오른쪽 어깨를 다쳐 마에즈모로 강등되는 시련을 겪었다. 2018년 개인 최고 순위인 조니단 38위에 오른 직후에도 왼쪽 어깨 부상이 재발해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잦은 부상과 긴 재활을 묵묵히 이겨낸 그는 2년 전 다시 조니단 리그로 복귀했고, 이번 3월 대회에서 5승 2패라는 값진 성적을 거뒀다. 조니단에서 5승을 기록한 것은 2024년 7월 대회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일본 매체 아베마타임스 등은 “현역 최경량 베테랑 우루토라가 노련함과 스피드로 신예들을 압도하며 ‘스모는 몸무게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