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는 즐거웠지만, 넷플릭스의 독점 중계에 반대하기 때문에 오늘 바로 해지했습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이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에 패배한 지난 15일,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네토후리(넷플릭스의 일본어 준말) 해약’이라는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일본의 8강전 패배 소식을 전한 온라인 기사 댓글에는 경기력을 아쉬워하는 반응보다 “오늘 8강전이 있는 줄도 몰랐다” “넷플릭스 때문에 WBC 야구 열기가 팍 식었다”는 야구 팬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세계 최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일본에서 WBC 독점 중계에 나섰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이 8강전에서 조기 탈락하자 야구 팬들의 원성이 넷플릭스로 향하는 모습이다.
일본에서 이번 WBC는 지상파 TV 중계 없이 넷플릭스가 전 경기를 독점 중계했다. 야구 팬들은 최소 월 890엔(약 8300원)의 구독료를 내야 WBC를 볼 수 있었다. 일본 내 넷플릭스 가입자는 약 12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0%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이번 대회 일본 내 중계권을 독점하기 위해 지불한 중계권료는 2023년 WBC 중계권료의 5배를 웃도는 150억엔(약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에선 특히 디지털 기기 조작에 서툰 중장년층 야구 팬들이 소외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상업적 상영을 금지하는 넷플릭스 규정 탓에 식당이나 이자카야에 야구 팬들이 몰리는 특수가 사라졌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넷플릭스의 독점 중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44%에 달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WBC 단독 중계에 거액을 투자해 일본 내 구독자를 크게 늘리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사카모토 가즈타카 넷플릭스 재팬 부사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구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더 많은 종목을 중계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넷플릭스가 일본인 생활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