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다. 일본에서 전후 특정 정당이 혼자서 개헌선을 넘어선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가 전무후무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일본 국영방송 NHK의 개표 방송에 따르면 9일 5시50분 현재, 전체 465석 가운데 1석을 제외한 모든 개표가 끝난 가운데, 자민당은 316석을 확보했다. 과반수(233석)은 물론이고, 3분의 2(310석)를 넘어선 것이다. 과거 최다 기록인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의 304석보다도 많았다.
다카이치 총리의 해산과 단기 총선 승부수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자민당은 2년전인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선 191석으로, 과반을 잃으며 참패했다. 당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막 취임한 직후였으며, 정치자금 스캔들로 여론이 자민당에 싸늘했다. 이른바 이시바 전 총리는 ‘아베파 학살’을 진행했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던 아베파는 줄줄이 낙선했다. 다카이치는 이번 총선에 옛 아베파 등 43명을 공천했고, 이들도 대부분 당선됐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는 36석을 확보해, 총선 전보다 소폭 증가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를 합치면 무려 352석으로, 일본 역사상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의석수다.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49석에 불과해 완전 몰락했다. 중도개혁연합은 지난달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공명당과 합친 신당이다. 이른바 ‘선거용 정당’이었지만 참패했다. 중도개혁연합은 선거전엔 167석(합당 과정에서 합류하지 않은 의원까지 합치면 172석)에 달했지만, 절반은커녕 3분의 1 이하의 의석에 그친 것이다. 그나마 소선거구에선 거의 당선자를 못내고 완전 참패했으며, 비례에서 의석수가 일부 생존한 수준이다.
중도개혁연합의 몰락으로 일본 야당의 세력도도 완전히 바뀔 예정이다. 보수성향 야당인 국민민주당도 28석에 그쳤으며, 일본공산당도 4석으로 몰락했다. 레이와신센구미도 1석에 불과했다. 한때 총리까지 배출했던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한석도 얻지 못했다.
반면, 흔히 ‘극우’로 불리는 참정당은 15석으로 약진했다. 참정당은 총선전 중의원 2석에 불과했지만, 단숨에 일본 제4 야당으로 등장한 것이다. 신흥정당인 미라이도 이번에 첫 중의원에 도전했는데 11석으로, 제5야당이 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은 헌법을 제외하곤, 법률과 정책은 야당의 견제없이 단독으로 처리할 힘을 갖게 됐다.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의 양원제로, 법안은 양쪽에서 과반 의결돼야한다. 자민당은 작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일본유신회와 합쳐도 과반수가 아니다. 하지만 참의원이 부결해도,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재가결하면 법안이 성립된다. 다만, 헌법 개정은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국회 발의되며,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해야한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1강’이라 부를 수 있는 정치 상황”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는 18일 소집 예정인 특별국회에서 재지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