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다카이치 유튜브 영상

“다카이치 간바레(다카이치 힘내라)!”

일본 중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5시 30분, 자민당 유세 장소인 도쿄 세타가야구 후타코다마가와공원에 70m 길이의 긴 줄이 생겼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연설을 보려고 유권자들이 두 시간 전부터 몰린 것이다. 보안 검사를 통과해 공원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7시 20분쯤 다카이치가 나타나자 손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도 휴대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계속 찍어댔다. 다카이치가 “일본을 강하게 만들겠다”고 외치자 군중은 “간바레”로 화답했다.

한 50대 남성 회사원은 “다카이치 총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하겠다’는 건 꼭 한다”며 “원래 지지하는 정당이 없었는데 ‘정치인 다카이치’는 좋아하기 때문에 자민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워킹맘이라는 40대 쓰지 씨는 “남성 총리보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말로 확실하게 표현한다”며 “항상 웃는 얼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일하는 여성에게도 힘이 된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손가락 붕대 투혼 지난 7일 도쿄 유세 중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손목과 손가락이 보호대로 싸여 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유세장에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기존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이 악화됐다고 한다.

이날 현장에는 다카이치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떠오른 20~30대 청년들도 많았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2030의 다카이치 지지율은 독보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TV도쿄의 최신 여론조사에서 18~29세는 무려 92%가 다카이치를 지지했다. 30대도 80%를 훌쩍 넘었다.

이곳에서 만난 26세 청년은 “물가가 높고 국제 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 재정’, ‘식량 안보 정책’을 지지한다”며 “이전 선거에선 참정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는 자민당을 밀어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은 “다카이치 총리는 솔직하고 따뜻하다. 식품 소비세를 없애준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쓰는 볼펜·가방 등을 따라 사는 ‘사나에 카츠(活·활동)’라는 유행이 생길 정도로 팬덤이 형성돼 있다.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는 “다카이치가 다 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의원 조기 해산을 결정할 때도 주변과의 상의 없이 도박 같은 승부수를 던졌고,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을 개인기로 끌어올려 승기를 잡았다.

실제 그가 지원 유세를 다녀간 곳에선 자민당 후보가 열세를 딛고 우위로 올라섰다. 예컨대 다카이치가 4일 오카야마에서 하시모토 가쿠 전 의원과 함께 단상에 올라 “가쿠 짱(친구를 부르는 호칭)이 없는 국회는 쓸쓸했다. 의료 분야 인재인 가쿠 짱을 다시 국회로 보내달라”고 연설하자, 하시모토 후보는 지지율이 반등했고 현직인 유노키 미치요시 의원(중도개혁연대)을 꺾고 당선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62~78%의 높은 지지율을 보인 다카이치 바람이 정당 지지율 29~37%에 불과한 자민당의 후보들을 대거 당선권에 안착시킨 것이다.

다카이치 쇼츠

다카이치는 선거 운동 기간인 12일 동안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가고시마까지 1만2480㎞를 다녔다. 다카이치가 “미래는 우리 손으로 개척하는 것. 자민당은 그 선두에 서겠다”고 말한 쇼츠(짧은 동영상)는 조회 수 1억3800만회를 넘었다. 다른 정당의 최대 재생 수는 많아야 1610만회(참정당)에 불과했다. 자민당과 경쟁한 제1 야당인 중도개혁연대는 210만회에 불과했다.

다카이치의 자민당에 맞선 야권은 맥없이 참패했다. 특히 자민당과 26년간의 연립 정권을 끝낸 공명당이 입헌민주당과 ‘중도개혁연합’으로 합당한 것은 패착이 됐다. 다카이치는 야당이 주장해온 감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지층을 확장했다. 반면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합당에 대해서는 “정치 노선이 맞지 않는 정당끼리 단순히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야합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참의원은 그대로 두고, 중의원에서만 합당한 것도 야합 논란을 키웠다. 입헌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창당돼 종교색이 강한 공명당과의 합당을 “정체성을 잃는 행위”로 보고 등을 돌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