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다음 달 8일 치르는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임 총리 측근들을 자민당의 비례대표 후순위로 지정해 ‘낙선’으로 내몰고 있다. 2년 전 총선 때 이시바 당시 총리가 옛 아베파를 공천 배제한 데 대한 사실상의 복수극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민당의 총재이기도 한 다카이치 총리는 사실상 공천권을 쥐고 있다.
8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내각에서 장관을 지낸, 친 이시바 성향의 의원들이 비례 후순위를 받았다. 총무상을 지낸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의원(13선)은 시코쿠 블록에서 10번을 받았다. 사실상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낙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라카미 의원은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됐을 때 “아베는 국적(國賊·국가에 해를 끼친 도적)”이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시바는 집권하자마자 그를 요직인 총무상에 기용했다. 당시 이시바는 “무라카미 선생은 매우 훌륭한 분”이라며 “(자민당) 총무회에서도 그가 입장을 말하면 공기(분위기)가 바뀐다”고 옹호했다.
이외에도 문부과학상을 지낸 아베 도시코 의원(7선)은 주고쿠 블록 20번, 내각특명대신을 지낸 이토 요시타카 의원(6선)은 홋카이도 블록 6번을 받았다. 이들은 이시바 정권인 2024년 총선 때 각각 블록에서 비례 1번을 받아, 자민당이 참패하는 와중에도 쉽게 당선됐다.
반면 이시바 정권 때 찬밥이었던 옛 아베파 의원들은 이번 1차 지역구 공천에 37명이 이름을 올리는 등 우대받고 있다. 이들은 지역구와 비례 공천을 동시에 받는 중복 등록 수혜를 받아 지역구에서 패배해도 살아날 기회를 얻었다. 이시바 정권 때는 아베파 현역 의원 11명이 공천 배제됐고 대부분 비례 대표의 중복 등록도 거절당했다.
일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시바 전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되긴 하겠지만 총선 이후엔 당내 영향력이 사실상 거의 없어질 것”이라며 “‘아베 칠드런’이 상당수 살아 돌아오면 다카이치 총리의 당내 기반은 더욱 탄탄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베 칠드런은 2012년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 아베 신조 총재 시절 ‘아베 바람’을 타고 당선된 신인 정치인을 말한다.
한편 이번 선거는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자민당·일본유신회 연립 정권이 의석수를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할지 여부에 대해선, 입헌민주당·공명당이 합당한 중도개혁연합의 등장, 강경 보수 정당인 참정당의 인기몰이 때문에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