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일본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강경 보수파의 상징인 옛 아베파가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2년 전 총선 때 퇴출됐던 아베파 의원들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암묵적 지원 속에 대거 자민당의 공천을 받은 것이다. 70%대 높은 지지율의 다카이치 총리가 지원 유세에 나설 경우 옛 아베파의 승률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일본 지지통신은 자민당의 1차 공천자 명단 284명 가운데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 37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 대행,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등 옛 아베파 의원들은 스캔들 연루 정치인이다. 자민당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은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점을 감안해 공천 방식을 (과거의) 원칙으로 되돌렸다”고 말했다.
흔히 아베파로 불리는 ‘세이와정책연구회’는 2023년 소속 국회의원 100명(중·참의원 포함)이 넘는 최대 파벌이었다. 파벌은 2024년 공식 해체됐지만, 여전히 일본에선 ‘옛 아베파’로 분류한다. 중의원 의원만 58명이었지만 2년 전 중의원 총선 때 대부분 낙선해 20명에 그쳤다. 이른바 ‘아베파 학살’을 주도한 건, 당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였다. 현역 의원은 거의 예외 없이 공천받는 일본 관행에서 이시바는 아베파 의원 11명을 공천 배제했다. 일본은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부활 당선하는 경우가 흔한데, 아베파는 여기서도 배제됐다. 이시바 총리는 아베파 의원 접전지엔 지원 유세를 가지 않았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가 된 직후, ‘리틀 아베’로 불리는 하기우다 의원을 간사장 대행으로 중용했다. “그는 상처 입은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공공연하게 아베파를 감쌌다. 옛 아베파의 부활은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내 입지 강화를 의미한다.
정치자금 스캔들을 일으킨 옛 아베파 의원에 대한 일본 유권자의 비판은 여전히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2년 전 낙선한 정치인까지 공천한 데 대해 자민당 내에 ‘이상하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며 “작년 총재 선거 때 옛 아베파의 지지를 받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들을 ‘다카이치 그룹’으로 대우하는 것”이라고 했다.
옛 아베파의 부활에는 뜻밖에 보수 야당인 참정당이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자민당의 보수 지지표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은 참정당은 “다카이치의 발목을 잡는 자민당 의원의 지역구에 ‘자객 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접전 지역구에 참정당이 등장하면 자민당 후보는 필패일 수밖에 없는데, 옛 아베파가 출마한 지역구엔 웬만하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