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정기국회에서 중의원(하원)을 해산한 뒤 다음 달 8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히면서 그의 승부수가 일본 정치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다카이치는 이번 선거를 강력한 자민당을 복원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 70% 이상인 내각 지지율을 발판 삼아 자민당 단독 과반수 확보뿐 아니라, 여소야대인 참의원을 무력화하려는 노림수까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둘 다 성공하면 다카이치 내각은 역대 최약체란 오명을 벗고 단숨에 과거 아베 신조 내각 못지않은 강한 정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다카이치가 19일 중의원 해산을 공식 발표하자 일본 야당들은 ‘명분 없는 기습 해산’ ‘당리당략을 위한 해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경제 정책을 챙기느라 국회 해산을 고민할 여유도 없다”던 그가 태도를 바꾼 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승부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립 여당인 자민당·일본유신회는 중의원의 과반수(233석)를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자민당 단독으로는 199석에 불과해 일본유신회(34석)에 휘둘리는 존재다. 특히 일본유신회는 ‘국회의원 수 삭감’이란 껄끄러운 안건을 자민당에 던져 놓고, 정책이 불발되면 연립에서 이탈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에겐 협박에 가까운 행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2년 전 낙선한 옛 아베파 의원들만 살아 돌아오면 다카이치는 당내 입지 강화는 물론이고 일본유신회에도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사실 자민당은 2012년 이후 중의원 총선에서 딱 한 번 빼곤 단독 과반을 놓친 적이 없다. 예외가 하필 2024년 선거였다.
다카이치는 ‘연립 여당의 중의원 3분의 2 의석’까지도 노리고 있다. 연립 여당은 참의원에선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법안 개정에는 중의원·참의원 모두의 과반수 의결이 필요하다. 그런데 참의원은 해산할 수 없고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7월이다.
반전의 카드가 ‘중의원 우월 원칙’이다. 중의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참의원이 부결한 경우 중의원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안이 확정된다. 이번 총선에서 연립 여당이 310석을 확보하면 참의원을 무력화할 수 있다. 다카이치 바람만 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4년과 2017년 중의원 총선에서 당시 아베 총리가 이끈 자민당·공명당 연립 여당은 각각 326석, 313석을 차지해 3분의 2를 넘었다.
입헌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급작스럽게 중의원 신당을 창당했을 정도로, 야당들 사이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이례적인 인기가 자민당의 득표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