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해산’이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집권 여당 자민당의 부총재, 간사장 등 주요 인사와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휴가 때 혼자 고민한 뒤, 2인자인 관방장관과 논의해 해산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치권에는 ‘해산’과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당내 인사와 사전에 논의하는 ‘네마와시’ 관행이 있다. ‘네마와시(根回し)’는 나무를 옮겨심기 전에 뿌리를 다듬는 작업을 말하는데, 소홀히 하면 나무가 죽는다는 뉘앙스가 깔려있다. 자민당 간부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지만, 다카이치가 빠른 결단을 위해 네마와시를 생략하고 ‘고독한 승부’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9일 저녁 총리 관저에서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과 장시간 논의한 뒤 중의원 해산을 결단했다. 자민당이 극비로 조사한 ‘해산·총선 시 의석 추정 자료’가 결정적이었다. 70%대 다카이치 지지율 덕분에 자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260석 이상을 획득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자민당은 현재 199석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 원로인 아소 다로 부총재나 실제 총선을 지휘할 책임자인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옛 아베파로 다카이치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자민당 내부에선 체면을 구긴 아소 부총재가 격노했다거나, 스즈키 간사장이 주변에 ‘못 해 먹겠다’고 토로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하기우다 대행도 “왜 이 시기에 (해산)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 내 간부들 사이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이런 식으론 다카이치를 지지하지 못한다’와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일부 불만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5일 치러질 선거에서 자민당이 크게 이길 가능성이 높아 여야 정치권은 조기 총선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위기감을 느낀 제1 야당 입헌민주당(중의원 148석)은 공명당(24석)과 합당해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으로 강경보수화된 자민당에 대항해 중도좌파 진영의 외연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자민당은 지방 조직에 19일까지 공천 후보를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