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70%대의 역대급 지지율을 기반으로 ‘중의원 해산’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소속당인 자민당 지지율은 20%대에 그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년 전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기를 잃은 자민당과 ‘새로운 얼굴’인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민심이 달리 움직이는 것이다.

12일 민간방송사 뉴스네트워크인 J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78.1%를 기록해 전달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18.5%에 불과했다. 반면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전달과 거의 변화 없는 29.7%였다.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참정당, 공명당 등 야당들은 2~6%대에 머물렀다. 무당층은 40.1%였다. 이번 조사는 다카이치 총리가 조만간 국회 해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10~11일 이틀간 진행됐다.

그래픽=김현국

신임 총리의 지지율이 집권당보다 높은 사례는 적지 않지만, 다카이치 총리처럼 집권당과 48% 포인트 차이가 나는 건 이례적이다. 올 1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취임 3개월째 지지율이 42%로, 자민당(28%)과 큰 차이가 없었다. 2021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2020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취임 2~3개월째 집권당과 지지율 격차가 각각 23%포인트, 31%포인트였다.

다카이치 총리처럼 당과 지지율 격차가 50%포인트 가까이 났던 전례는 2000년대 초 8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있다. 둘은 자민당 지지자뿐 아니라, 무당층과 야당 일부 지지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권자들이 총리와 집권당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강경 우파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 파벌이 없는 비주류로, 당내 비둘기파의 집중 견제를 받는 정치인이다. 최근에도 이시바 전 총리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에 대해 “총리가 ‘이런 사태 때는 이렇게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일본의 안전보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 밖의 강경 보수 지지층이 다카이치를 지지하고 있다. 20여년전, 고이즈미 전 총리도 “개혁을 막으면 당도 부순다”고 할 정도로 당내 비주류였다.

다카이치 총리의 서민적인 모습도 고루한 자민당과 차이를 만들고 있다. 일본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는 엄숙한 표정 일색이던 이전 총리와 달리 기자회견 때마다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을 간병하고, 불임치료를 받았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고, 갱년기 때는 관절 류머티즘에 걸려 한쪽 다리에 인공관절을 넣은, 프로야구 한신타이거스 팬인 60대 다카이치의 삶에 다수 일본인이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오는 23일쯤 국회를 해산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다카이치에 대한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자민당이 과반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역구에서 ‘다카이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다카이치는 정치 공세에 시달리며, 총리직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