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양자 회담

13일 일본 나라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한국과의 신뢰 관계를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3일에 국회를 해산해 다음달 총선을 치를 것으로 일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중국과 대립하는 다카이치 총리로선 이재명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연출하는게 자국 정치에도 유리하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14일에는 함께 사찰 호류지(法隆寺)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일본 지방 도시를 찾은건 2011년 12월 이후 14년만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교토에서 회담했는데 위안부 문제로 설전했고 이후 한일 관계는 급랭했다.

올해 정상회담은 여느 때보다 우호적인 한일 관계를 연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만 유사시 관련 답변으로 중일 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강화를 과시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이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했을 때 시 주석이 대일 ‘공조’를 요구했지만, 당시 한국 측 발표문에는 역사 문제로 일본을 지목한 표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은 이것을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배려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일본의 총리가 외국 정상을 고향에서 맞는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일본 입장에선 정성을 들인 예우에 해당한다. 과거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6년 야마구치현에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당시 소수 인원의 회합과 만찬, 통역만 배석한 1대1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는 집권 시절은 물론이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작년에는 푸틴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씨를 따로 만났을 정도다.

일본내에선 ‘다카이치의 친한은 외교적 수사가 아닌 진심’이란 말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작년 경주에서 이 대통령과 만났을 때 “ ‘나라’라는 말이 한국어로 국가를 뜻한다는 것을 나라 현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 일본의 중심지였던 나라는 한반도와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며, 학계에선 ‘나라’라는 지명이 한국어 ‘나라’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일본 학계의 정설은 아니며 일본 보수논객들은 인정하지 않는데, 다카이치 총리가 먼저 ‘나라의 유래’를 언급한 것이다.

작년 10월 21일 총리 취임 기자회견에선 본지 특파원의 ‘한국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으로 한일 관계가 나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받고, “한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이라며 “이런저런 우려가 있는 것 같은데 한국 김을 정말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도 쓰고 한국 드라마도 본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는 선출 당일에 40~50분 정도 취임 기자회견하는데 통상 자국 기자의 질문만 받는다. 일본 총리 관저 주변에선 “취임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자의 질문을 받은 건 예외적” “일부러 친한 발언을 하기 위해 한국 기자의 질문을 지목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벌써부터 다음번 한일 정상회담 장소로,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NHK와 인터뷰에서 ‘다카이치를 안동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에서 수락하면, 이 역시 흔치않은 일이 된다. 일본 총리가 외국 정상의 고향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사례는 2017년이다. 당시도 아베 전 총리였는데, 인도의 모디 총리가 통산 10번째 정상회담을 기념해, 자신의 출신지인 구자라트주에서 열었다. 당시 약 5만명의 인도 주민이 도로에서 아베 전 총리의 도착을 환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