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중의원(하원) 해산을 발표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국정 지지율에도 소수 여당의 한계에 발목이 잡힌 다카이치 총리가 정국 장악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이다.

11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최근 자민당의 주요 인사에게 국회 해산 의향을 전달했다. 오는 23일 소집될 정기국회의 첫날,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고 다음달 8일이나 15일에 총선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국회는 임기 6년인 참의원(상원)과 임기 4년인 중의원으로 구성되며, 총리는 언제든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다.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은 “국회 해산은 총리의 전권 사항”이라며 “(총선을 대비해) 항상 단련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선 ‘단독 과반수 탈환’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안고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이 총선 압승으로 단숨에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작년 12월 요미우리 조사에서 73%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당초 국회 해산에 부정적이던 다카이치가 태도를 바꾼 데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는 주변에 “(해산과 관련해) 국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제 보복까지 감행하는 중국과 맞서려면 ‘안정적인 국회 과반수 의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자민당은 여당이긴 하지만 중의원 의석은 전체 465석 중 199석에 불과하다.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와 합쳐 겨우 과반수(233석)을 맞춘 수준이다. 여기에 자민당 내부에도 다카이치를 견제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국회가 열리면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려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했다.

조기 총선을 예상하지 못한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명당 등 야당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연내 해산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며 “다른 야당과 연계해 중도 정권을 만들려는 목표를 향해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대부분의 지역구에 후보를 정한 반면, 야당들은 이제부터 급하게 상당수 지역의 후보를 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시간조차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카이치도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총리의 인기와 달리, 자민당 지지율은 2024년 총선 참패 때보다 낮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당 패배시 다카이치는 사퇴 요구에 몰릴 수 있다. 줄곧 ‘일하느라, 해산 고민할 여유도 없다’던 다카이치에게 해산의 명분이 궁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에 600억엔(약 5500억원)이 드는 만큼,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중의원을 새로 뽑는 이유를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못하면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