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9일 휠체어로 생활하는 남편과 함께 총리 공저(公邸·숙소)에 입주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하루 4시간도 자지 않는 ‘워커홀릭’인 다카이치는 남편의 간병까지 도맡아 ‘워킹 케어러(working carer·일과 간병을 모두 하는 직장인)’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건강을 우려해 “간병 도우미를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카이치는 이날 도쿄의 중의원(하원) 의원 숙소에서 총리 공저로 이사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2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 의원도 함께 거주할 예정이다. 부부의 입주를 앞두고 총리 공저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무장애) 공간으로 리모델링됐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다카이치는 집안 살림도 도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처럼 일과 간병,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 케어러’는 일본 전역에 307만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이 받고 있는 극도의 스트레스는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다카이치는 선거에 낙선해 야인 시절이던 2004년에 야마모토와 결혼했지만 정치적 견해 차이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2017년 이혼했다. 그러다 2021년 다카이치가 처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자 자민당 중진 야마모토는 전처를 공개 지지했고 둘은 그해 12월에 재결합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없다.
야마모토는 재활 치료를 받아 조금씩 걸을 수는 있지만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다카이치는 “남편은 재활에 정말 열심이고 몸 상태도 좋아졌다”며 “다만 오르막길에선 (힘이 부쳐서) 휠체어를 밀어줄 수 없다”고 했다.
총리 공저 입주를 계기로 주변에서는 다카이치에게 “자비(自費)를 들여서라도 간병 도우미를 써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본인은 시큰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1999년 오사카부 다카쓰키시(市) 에무라 도시오 시장(당시 74세)이 아내의 간병을 이유로 사직한 사례가 있다. 당시 에무라 시장은 “시장을 대신할 사람은 있지만, 남편을 대신할 사람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