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설날과 같은 명절 때 부부가 시댁이나 처가에 함께 가지 않고, 각자 자신의 고향집에 따로 가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20~30대 젊은 부부들이 설날에 각자의 집에 돌아가, 서로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지내는 신(新) 문화다. 일본에선 ‘세퍼레이트(Separate·분리된) 귀성’이란 신조어와 함께 전체 부부의 60%가 적어도 한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0대 이상의 남녀 121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54.3%가 ‘세퍼레이트 귀성을 여러 번 해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한번 경험했다’는 5.3%로, 열 명 중 여섯 명이 각자 귀성을 경험했다. 아직 각자 귀성을 한 적은 없지만, ‘검토해본 적이 있다’도 11.7%였다. ‘해본 적도 없고, 검토도 하지 않는다’는 28.7%에 불과했다.
일본 부부에겐 하나의 선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일본은 1월1일이 설날이며, 8월 15일은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오봉 명절이다. ‘각자 귀성의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 20대는 63.5%가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답했다. 가정 불화과 같은 이유가 아닌, 단순히 명절을 각자의 고향에서 편안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또한 양가 부모님을 모두 찾아뵙기엔 연휴가 너무 짧거나, 거리상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험자의 만족도는 전체적으로 높았다. ‘매우 만족’과 ‘다소 만족’이 72.4%였다. 특히 여성은 92.3%로 만족도가 높았고, 연령별로는 20대(88.5%)와 30대(82.3%)가 ‘각자 귀성’에 만족했다. 일본에서도 여성이 명절 때 남성의 본가에 가는 부담을 크기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이타마현에 사는 30대 여성은 이 신문에 “친정 부모님이 고령이라서, 건강하실 때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소중하고 싶다”며 “이번 명절에는 연휴 기간에 친정에만 가고 싶은데 (남편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