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6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有事, 전쟁 등 긴급사태)’ 발언과 관련해 “기존 정부 입장을 넘어선 답변을 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대목을 반성할 점으로 삼아, 앞으로 국회 논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전의 강경 입장과 비교해 다소 유연한 발언이다. 다만, 기존 발언을 철회하진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초 대만 유사를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왔다.
16일 마이니치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입헌민주당 히로타 하지메 참의원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반성’이란 단어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라는 가정을 둔 질문에는 대답을 삼간다는 정부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고도 했다. 앞으론 공식 자리에서 대만 유사와 관련한 발언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발언을 철회하진 않았다. 히로타 의원이 “존립위기사태 발언을 철회해야한다고 보지 않는가”라고 묻자, 다카이치 총리는 “어떤 사태가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선, 실제로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을 보고,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당시 국회에서) 명확하게 몇 차례나 답변했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이를 ‘무력 개입 시사’라고 받아들인 쪽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1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도 양국간 공방이 오갔다. 푸충 주유엔 중국대표부 대사는 “시대에 역행하는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80년 전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방위를 이유로 침략을 개시했고 중국과 아시아에 대참사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푸충 대사는 “군국주의나 파시즘의 부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야마자키 가즈유키 주유엔 일본대사는 “종전 후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비판에 대해 “(회의 의제에 맞지 않아) 부적절하다. 유감이다”라고 했다. 이날 회의는 국제 평화를 위한 다자간 협력과 내년에 본격화할 후임 사무총장 선출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중국은 다카이치의 발언 철회를 재차 요구하며 일본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일본의 일련의 발언을 보면, 여전히 핵심 문제에서 ‘치약 짜기(조금씩 입장 공개)’, ‘못 심기(반론 여지 남기기)’를 하며 혼란을 조성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대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으로, 일본은 말참견[置喙]을 할 자격 없다”면서 “일본 측에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반성하며 오류를 바로잡아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중국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는 중·일 공동성명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대만 지위 미확정론’을 다시 끄집어내 중국의 내정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