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상청이 9일 새벽 2시 ‘홋카이도·산리쿠(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현) 앞바다 후발(後發) 지진 주의 정보’를 긴급 발령했다. 2011년 2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이 지역에서 일주일 이내에 규모 8 이상의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으니 피난 채비를 갖추라는 의미다. 아사히신문은 “가구를 고정하거나 피난 장소·경로를 확인하는 등 평소 대비를 재점검하고, 쓰나미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바로 대피할 수 있는 옷차림으로 잠을 자거나 비상용품을 머리맡에 두는 것 등이 권고된다”고 했다.
이날 후발 지진 주의 정보는 일본에 이 시스템이 도입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발령됐다. 이는 전날 밤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높이 70㎝의 쓰나미가 발생한 강진이었지만 사망자 없이 30여 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1월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규모 7.6) 당시 발생 이튿날까지 50명 넘는 사망자가 확인된 데 비하면 피해가 작은 편이다. 바다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과 달리 노토반도 지진이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발생한 점, 진원 깊이도 이번 지진(54㎞)에 비해 노토반도 지진(16㎞)이 얕았던 점 등이 차이로 꼽힌다.
하지만 일본 기상청은 “세계의 대규모 지진 통계 데이터상 규모 7.0 이상 지진이 발생한 뒤 1주일 이내에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빈도가 100회 중 1회 정도”라며 “최악의 경우엔 동일본대지진 같은 지진의 발생을 상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자신의 생명은 스스로 지킨다는 원칙에 따라 방재 대응을 해달라”고 말했다.
현재의 기술로는 지진을 예측할 수 없어 확률로 추정한다. ‘100회 중 1회’에 해당하는 1%의 확률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산리쿠 지역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강진 다발 지역이지만, 일주일 사이에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평상시 0.1% 미만이다. 도호쿠대 이마무라 후미히코 교수는 NHK에 “이 일대에선 규모 7 정도 강진이 20~3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일주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0.06~0.09%의 확률이다.
결국 기상청이 언급한 1%의 확률은 지진의 위험성이 평상시의 10배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주의 정보는 규모 7이 아니라 규모 8 이상 ‘거대 지진’의 발생 확률을 경고한 것이다. 규모 8 지진의 에너지는 규모 7의 약 32배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규모 9.0) 발생 이틀 전 산리쿠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일어났다. 일본인들이 규모 7.5 지진에 따른 ‘거대 지진 확률 1%’ 주의 정보 앞에서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