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있는 교도통신 하코다테 지국에서 지진으로 책장과 문서들이 떨어져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 2만명 이상의 사망·행방불명자를 낸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일본 기상청이 9일 새벽 2시 ‘홋카이도·산리쿠(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 앞바다 후발 지진 주의 정보’를 발표한 것이다. 말하자면, ‘거대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해 최고 20~40미터의 쓰나미가 닥친 곳이다. 거대 지진은 규모8 이상의 강진을 일컫는다.

거대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 건, 8일밤 발생한 강진 탓이다. 강진 뒤에는 거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수배 이상 급증한다.

8일밤 11시 15분, 일본 혼슈 동북부 끝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54㎞다. 이번 규모 7.5는 지난해 1월 일본 혼슈 중부의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7.6)와 거의 같다. 피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진도는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서는 진도 6강이었고, 오이라세초와 하시카미초에서는 진도 6약이었다. 도쿄 등지에서도 진도3이었다. 작년 1월에 수백명 인명 피해를 낸 노토 지진 때는 최대 진도7이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일본 기상청 지진 등급인 진도는 절대 강도를 의미하는 ‘규모’와는 다르다. 지진때 주변 물체의 흔들림을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진도 6강에는 사람이 서 있을 수 없고 고정되지 않은 가구는 대부분 쓰러진다. 진도 6약의 흔들림에는 창 유리나 벽타일이 파손될 수 있다. 9일 오전 3시 현재, 중상 1명, 경상 8명, 부상 정도를 알 수 없는 사람 4명 등 13명이 다쳤다. 홋카이도 도마리 원전, 아오모리현 히가시도리 원전, 미야기현 오나가와 원전 등 이 지역의 원전에는 운전상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연이어 규모8 이상의 ‘거대 지진’이 올 지 여부다. 일본 기상청은 새벽 2시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 후발지진 주의 정보’를 발표했다. 거대 지진 경보 시스템이 도입된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기상청은 “과거 세계의 대규모 지진 통계 데이터에서는 규모 7.0 이상 지진이 발생한 뒤 1주일 이내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빈도가 100회 중 1회 정도로, 평상시보다 높아진다”고 했다. 말하자면 1%의 확률로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거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1%란 얘기는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강진 다발 지역인 산리쿠에선 통상 ‘일주일 동안 강진 발생 확률’을 0.1% 미만으로 본다. 이번 일주일은 평소때보다 10배 이상 위험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1년 규모 9.0의 거대 지진(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기 이틀전,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에서는 규모 7.3의 지진이 일어났었다. 일본 기상청 담당자는 NHK에 앞으로 1주일 안에 일어날 ‘최악의 경우’로 “3.11 같은 지진이 발생하는 것을 상정하게 된다”며 “당시에는 (진원과 멀리 떨어진)지바현에도 높은 쓰나미가 밀려왔고, 장소에 따라선 이례적으로 쓰나미가 높아진 곳도 있었다. 그런 지진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생각하고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내각부는 “자신의 생명은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으로 방재 대응을 해달라”고 발표했다. 다만, 특정 날짜를 지정해 지진을 예측할 순 없다고 했다. 내각부는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위 정보 확산은 삼가 달라”고도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향후 1주일 정도는 기상청과 지자체 정보에 유의해야 한다”며 “가구를 고정하는 등 지진 대책을 재확인하고 흔들림을 느꼈다면 바로 피난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