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에서 대화 없이 현지 일정을 끝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有事·비상사태) 발언’ 이후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일의 대립이 1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각) 남아공에서 G20 기념사진을 찍기 직전, 리창 총리는 약 2m 떨어진 다카이치 총리와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바로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다카이치와 리창은 G20 기간 이재명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과 각각 연쇄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는 철저하게 피했다.
만남 불발과 관련, 다카이치는 현지에서 “중국과의 대화에 열려 있으며 문을 닫는 일은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화해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대만 발언 철회’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당초 일본 언론은 “G20에서 만남 여부가 갈등 수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회담이 불발되자 “갈등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고위 관료는 요미우리신문에 “최악의 경우 수년간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양국의 외교·안보 수장들도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23일 대만과 111㎞ 떨어진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을 시찰했다. 날씨 좋은 날에는 대만이 육안으로 보이는 요나구니는 대만 유사시 최전선이 될 거점이다. 고이즈미는 “국민의 생명과 일본 영토·영해·영공은 반드시 지킨다”며 “이 지역의 방위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앞으로 요나구니에 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신화통신에 “(다카이치 총리는)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건드려선 안 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중국은 단호한 반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서해 도처에서 동시다발적인 군사 활동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은 최근 첫 실전 훈련을 서해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7~25일 서해 중부, 남부 등에서 각종 군사훈련으로 민간 선박 출입이 통제됐다. 특히 1895년 청나라 첫 근대식 해군 ‘북양함대’가 일본군에 대패했던 산둥반도 동북부 류궁다오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이 예고됐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류궁다오 훈련은 일본을 위협하는 의미가 짙다”고 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이 사실상 ‘한일령’을 내리는 등 연일 대일 압박 조치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