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강한 일본’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방위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을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하면서, 일본의 전후(戰後) 안보 기조가 중대한 전환점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첫 회의를 열어 현행 3대 안보 문서 내용을 점검한 데 이어, 주변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력 강화 과제 정리에 들어갔다. 일본 3대 안보 문서는 기본 안보 종합 정책을 명시한 ‘국가 안보 전략’, 자위대 등 방위 수단과 역할을 명시한 ‘국가 방위 전략’, 5년 단위의 방위비 지출 계획을 담은 ‘방위력 정비 계획’을 말한다. 이 문서들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시절인 2022년 12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당다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힘을 달라”며 “내년 4월 중으로 당내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반영해 내년 말까지 개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3대 안보 문서 개정은 헌법에서 전쟁과 무력 행사의 영구 포기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전쟁에 개입할 길을 트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일본의 핵 정책 근간인 ‘비핵 3원칙’이 개정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날 비핵 3원칙 재검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필요하다면 여러 주제를 논의하게 된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1967년 이후 ‘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영토에) 들이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필요시 미국의 핵을 일본에 배치할 수 있도록 ‘반입 규정’을 바꾸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는 취임 직후 안보 정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임명했던 국가안보국장을 전격 교체했고, 지난달 21일 취임 직후엔 “종전 이후 가장 가혹하다고 여겨지는 안보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며 3대 안보 문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피폭 지역인 히로시마·나가사키 지자체와 피폭자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일본을 포함한 각국 정부와 유엔(UN)에 핵무기의 피해를 알리고 철폐를 주장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피폭자 단체 ‘일본 원수폭 피해자 단체 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 견해를 뒤집고 재검토 논의를 개시하는 데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비핵 3원칙

‘일본은 핵을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도 않으며, (영토에) 들이지도 않는다’는 원칙이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발표했고 1976년 국회에서 결의했다. 사토 전 총리는 이 공로로 197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