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의 도입을 승인함에 따라 일본도 원잠 보유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원잠 보유의 최대 걸림돌은 자국 내 반대 여론인데, ‘한국 원잠’은 이를 누를 명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원잠을 보유하면,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며, 오래전부터 원잠 보유를 논의해온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자위대의 가와노 가쓰토시 전(前) 통합막료장(합참의장에 해당)은 “한국의 원잠 개발은 이미 원잠을 공언해온 북한의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이 확대되면 일본에서도 원잠 개발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미 일본유신회와의 연립 정권 합의서에서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VLS(수직 발사 장치·Vertical Launch System) 탑재 잠수함의 보유”를 정책 목표로 명기했다. 세계 유일한 피폭 국가인 일본은 자국 여론을 의식해 ‘차세대 동력’이란 표현을 썼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원잠을 일컫는 것으로 본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억지력과 대처력을 향상시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현재 디젤엔진 잠수함만 22척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방어할 해역이 훨씬 넓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원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 태평양 방위를 맡기고 미군은 본토 방위에 집중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의 원잠 도입 필요성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또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잠 원료인 농축 우라늄 확보 측면에서 한국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일본의 원자력기본법은 원자력 이용을 평화 목적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원잠 도입을 위해서는 법 개정을 먼저 해야 한다. 현재 자민당·일본유신회의 연립 정권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양쪽에서 모두 과반에 못 미친다. 다카이치 정권이 야당의 동의를 얻어 법률 개정에 성공하면, 당장 내년부터 연구 개발에 들어가는 ‘차세대 VLS 잠수함 프로젝트’의 동력원을 디젤이 아닌 원잠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