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약 789조원)의 대미 투자 실행 계획이 담긴 ‘미·일 투자 공동 팩트시트’가 29일 공개됐다.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발표한 이 문서에는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소프트뱅크그룹 등 일본 기업의 약 440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이 대략 언급돼있다.

투자 자금의 대부분인 3320억달러가 ‘전력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소형 모듈 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원자로를 포함해, 발전소, 변전소, 송전 등 미국이 세계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는 데 반드시 필요한 막대한 전력 공급에 일본이 동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추진하는 신형 원자로 건설에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입하며,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도시바, IHI 등이 참여한다. GE와 히타치의 합작사 ‘GE베르노바-히타치’도 최대 1000억달러의 소형 모듈 원전(SMR)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소프트뱅크그룹(250억달러)은 전력 인프라의 설계·운영 프로젝트, 미쓰비시전기(300억달러)는 데이터센터용 발전기 공급, 파나소닉(150억달러)은 남는 전력을 저장하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 구축에 참가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도 따로 750억달러를 투입한다. 여기엔 일본 미쓰비시전기, TDK, 후지쿠라 등이 참여한다. 이 밖에 ‘전자 부품’에 파나소닉과 무라타 제작소가 총 300억달러를 투자한다. 일본 정부는 ‘핵심 광물’과 ‘제조업’에 각각 50억달러,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문서의) 기업이 반드시 참여 결정된 것은 아니며, 기재되지 않은 기업이 향후에 참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히타치제작소의 도쿠나가 도시아키 사장, 도시바의 시마다 다로 사장, 파나소닉홀딩스의 구스미 유키 사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미쓰비시전기의 우루마 케이 사장 등과 투자 프로젝트 양해 각서를 교환했다. 러트닉 장관은 “미·일 간 훌륭한 관계의 시작”이라고 했다.

유독 전력 인프라에 돈이 쏠린 데는 미국 내에 AI 확산에 필요한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컨설팅기업 매킨지는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약 606테라(테라는 1조)와트시로 전망했는데, 이는 2023년의 4배에 달한다. 오픈AI, 구글 등 미국 테크 기업엔 ‘전력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히타치의 도쿠나가 사장은 “양국의 전략적 투자는 인공지능(AI)의 기술 혁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