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서명식에 참석한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뒤, 오후 3시쯤 미국 대통령의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했다. 외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마린원에 탄건 이례적이다. 두 정상은 도쿄의 헬리포트에서 마린원에 탑승해, 가나가와현에 있는 미군 요코스카 해군 기지로 같이 갔다.

해군기지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원자력 항모인 조지워싱턴호에 트럼프와 함께 승선했다. 미국과 일본의 강한 동맹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의 오모테나시(손님에 대한 극진한 대접)에 트럼프가 마린원과 항모 탑승으로 화답한 모양새”라며 “미일 정상간 신뢰 구축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지워싱턴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나란히 단상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상 옆의 다카이치를 향해 “이 여성은 승자자다. 매우 친한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일 동맹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관계 중 하나”라며 “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 80년이 지나 훌륭한 우정을 쌓았다. 이것이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주일 미군 앞에서 “오늘, 미 해군 창설 250주년이라는 기념할 만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지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상징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에서 인사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을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평화는 말이 아닌, 확고한 결의와 행동으로 지켜진다”며 “나는 앞으로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극진한 오모테나시를 선보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때와 같이 미일 밀월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과 백악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에게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대접했다. 다카이치는 오찬에서 트럼프에게 ‘미국과 일본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미국내 주요 투자 현황을 표시한 지도를 선물했다. 대접받은 트럼프는 일본 대표단 참가자 각자의 자리에 있는 오찬 메뉴판에 직접 사인했다. 백악관 측은 “메뉴판에 사인을 받은 일본 참석자들이 매우 기뻐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회담하는 도쿄 아카사카 궁 밖에 미국차인 포드 F-150(중앙)과 다른 미국산 차량 두 대가 전시 돼 있다./AP 연합뉴스

정상회담장 영빈관에는 포드의 픽업트럭 F-150과 도요타 자동차가 전시됐다. F-150은 미국 자동차 산업 전성기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현재도 판매되는 F-150을 일본 정부가 100대 정도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된 도요타자동차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불만을 아는 일본은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일본으로 역(逆)수입할 계획이다.

다카이치는 트럼프에게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금박 기술을 활용한 ‘황금 골프공’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를 선물했다. 또 일본 골프 스타인 마쓰야마 히데키 사인이 담긴 골프백도 선물했다. 마쓰야마는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스타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2025년 10월 28일(현지시간) 도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소유했던 퍼터와 금박 골프공, PGA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 사인이 새겨진 캐디백(오른쪽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마고 /로이터 연합뉴스

오모테나시의 정점은 다카이치가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계획을 전달한 것이다. 28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 이후 태국과 캄보디아의 평화, 중동의 정전 합의에 공헌했다며 “이전에는 없던 역사적 위업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세계가 더 평화로워졌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총리도 트럼프 1기 집권때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