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신임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자리를 예약한 다카이치 사나에(64) 신임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가 선거 과정에서 내각 내 여성 인사를 대폭 기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지만, 실행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치의 고질적인 성비 불균형 구조와 보수적인 당내 문화가 여전히 높은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총재 선거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각에) 기용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유능하고 국가에 헌신할 여성 인재를 훨씬 더 많이 등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정치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다카이치는 정치적 멘토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우머노믹스(Womenomics)’ 기조를 계승하며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인적 기반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일본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을 합쳐 자민당 소속 여성 의원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이는 당이 스스로 설정한 ‘2033년까지 여성 의원 30% 달성’ 목표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현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여성 장관 비율도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상과 미하라 준코 아동정책상 등 단 10%에 그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최근 ‘글로벌 성(性)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48개국 중 118위로, 주요 7국(G7) 가운데 ‘성평등’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대 젠더학자 다나카 도코 교수는 로이터에 “한 명의 여성 지도자가 등장했다고 해서 일본 정치의 성 불균형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긴 어렵다”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에서, 차기 총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평등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700만표 이상을 득표해 14명을 당선시키는 등 자민당에 큰 타격을 입힌 강경 우파 정당 참정당과의 관계 설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는 “성평등 정책이 일본의 사상 최저 출산율을 초래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기계적 성평등 정책이 오히려 일본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