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력 정치인이 배고픈 아이들의 시설을 빈손으로 방문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달 4일 치뤄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은 선거 운동 차원에서 아동식당을 방문했다고 곤혹을 치루고 있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옛 모테기파벌의 수장으로, 이번 총재선거에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에는 밀리지만, 일본 정치권에선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모테기 중의원(하원) 국회의원이 도쿄의 에도가와구에 있는 아동 식당을 방문한 건 지난 21일이다. 총재 선거 운동 차원에서 어려운 아이들의 시설을 일부러 찾은 것이다. 모테기 의원은 아이들과 함께 카레를 먹었다. 아동식당 측이 모테키 의원의 70세 생일 깜짝 파티를 열어줬다. 한 여자아이가 ‘해피버스데이 투유’의 합창 속에 케이크를 들고 모테기 의원에게 다가왔다. 촛불을 끈 모테기 의원은 이날 방문과 관련,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직접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했다. 모테기 의원 측은 여론에 유리한 동영상이라고 판단했다.
동영상을 본 일본인들은 “아동식당이 뭐하는 곳인지 알고는 있나”고 비판했다. 인기 싱어송 라이터인 시바타 준은 22일 X(옛 트위터)에 “보통 아동식당에 간다면 잔뜩 먹을 것을 들고 가는 게 도리가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댓글란에는 “자산 1억 엔 이상인 사람이 생일도 아닌데, 평소 만족스럽게 케이크도 못 먹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아동식당에 가서 아이들에게 케이크를 받아 기뻐하는 모습. 일본의 총리 후보인가”라는 글이 달렸다.
여배우인 마리야 도모코는 X에서 “모테기 씨는 아동식당이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스쿨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나.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민간이 자원봉사로 시작한 시설이다. 평소 케이크를 먹을 수 없는 아이들이다. 생일도 아닌데, 이런 일을 해서 부끄럽지 않나”고 썼다.
아동식당은 2012년 도쿄의 오타구에 있는 한 채소가게 주인이 시작했다. 배불리먹지 못하는 아동이 일본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은 단체들이 동참했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세계 경제 규모 4위인 일본이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 탓에 아이들의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여론이었다.
그런 아동식당에 방문하면서 모테기는 빈손으로 간 것이다. 여기에 모테기의 생일은 당일이 아니고 2주후였다. 모테기 의원 입장에선 억울한 대목이 없지 않다.
모테기는 22일 “방문한 아동식당은 그날, 매달 한 번 하는 생일회 날이었다. 2주일 뒤인 나도 함께 축하해준 것”이라며 “행정이 서투를 수 있는 분야일지도 모르지만, 민간에만 의존할게 아니라, 관민이 연계해 바로 ‘서로 지탱하는 문화’로 발전시켜 가고 싶다. ‘내일은 분명 나아질 거야’라고 아이들이 믿을 수 있는 일본을 만들고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