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철강 업체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이 현지 공장 한 곳을 폐쇄하려다 미국 정부의 거부로 무산됐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승인받기 위해 미국 정부에 제공한 ‘황금주 1주’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의 지분 전체를 인수하고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단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US스틸 측은 이달 초 미국 일리노이주 강판 공장 근로자들에게 오는 11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통지했다. 이 공장은 2023년부터 조업이 멈춘 곳으로, 일본제철 측은 공장 폐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근로자들에게는 정상 생산을 못 하더라도 급여는 계속 지급한다는 내용도 전했다”고 했다.

그런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US스틸 경영진에 전화해 “미국 정부는 공장 중단 계획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황금주 권한으로, 경영에 직접 개입한 것이다. 황금주는 단 한 주만으로, 주요 경영 사안은 물론이고 주총의 결의도 거부할 막강한 권한을 가진 특수한 주식이다. 일리노이주 강판 공장에는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의 조합원 800명이 근무한다. 러트닉 장관의 개입은 USW가 “일본제철이 약속을 어겼다.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낸 직후 이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본제철은 현재 일본 내에선 고로 15기를 10기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회사 US스틸에선 인수 전부터 가동하지 않던 공장도 마음대로 폐쇄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제철은 인수 당시, ‘경영상 자유는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사태로 현실적인 제약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당장 일본제철의 US스틸 재생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제철은 오는 2028년까지 약 140억달러(약 19조6000억원)를 투자해 아칸소, 인디애나 등에 있는 생산 거점을 강화하기로 하고 2029년 이후에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신설도 검토했다. 일본제철은 미국 내 철강 생산량과 고용을 늘리면, 미국 정부가 일부 불필요한 공장의 재편까지 막진 않을 것이라 믿었지만 예상이 어긋난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재생 계획은 출발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라며 “앞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