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일 치러질 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를 앞두고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전보장상과 고이즈미 신지로(44) 농림상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큰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첫 여성 총재’를 노리는 다카이치를 20·30대 젊은 층과 남성이 주로 지지한 반면, ‘최연소 총재’에 도전하는 정치 명문가 출신 고이즈미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여성의 지지가 견고했다.

15일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3~14일 실시한 자민당 차기 총재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각각 29%와 25%로 1·2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 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 등 다른 후보들은 3~7%였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를 자민당 지지층으로 한정할 경우 고이즈미가 지지율 33%로 뛰어올라 28%에 그친 다카이치를 넘어섰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당우(자민당을 후원하는 정치 단체 회원)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고이즈미가 다카이치보다 다소 우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현재 자민당은 단독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야당들이 분열해 있어 자민당 신임 총재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는 18~39세의 젊은 연령층에서 41%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성별로는 남성 38%가 지지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강경 우파 다카이치가 최근 X(옛 트위터)나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거론되며 젊은 일본 남성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강경 우파 성향 참정당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의 고이즈미는 60세 이상에서 33%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40~59세에서 22%, 18~39세에선 15%로 떨어졌다. 여성(27%)에서 남성(23%)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다. 부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개혁 이미지를 고이즈미에게 기대하는 고령층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특유의 엉뚱한 화법을 번지르르한 말장난이라는 뜻의 ‘신지로 구문(構文)’이라고 조롱하며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는 다카이치·고이즈미 2강에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며 “두 후보 진영도 예상한 결과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