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총리직에 취임한 지 11개월 만에 사의를 밝힌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회견에서 “새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이후 사퇴 압박을 받아온 이시바는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뽑아준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로 부끄럽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지금이 퇴진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일본) 경제 안전 보장 확보와 경제성장 가속을 추진할 주춧돌이 만들어졌지만, 이것으로 결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와 올해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발목을 잡았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해서는 “국민 불신을 아직 불식하지 못했다”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시바는 ‘국정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사퇴 압박을 물리쳐 왔다. 그러나 자민당이 8일 당 소속 국회의원과 광역지자체 대표 등을 상대로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기로 하자, 투표 실시 직전에 사의를 밝혔다. 그는 이 결정이 “고뇌의 결단”이었다면서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에 대한 의사 확인 절차가 이뤄지면 당에 큰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시바는 자민당 새 총재가 선출되고, 의회의 총리 지명 선거를 통해 새 총리가 탄생하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그는 “새 총재가 뽑힐 때까지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착실하게 수행해 새로운 총재와 총리에게 이후를 부탁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