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치기현 경찰은 지난 21일 지역 수렵 단체 회원들과 합동으로 곰 퇴치 훈련을 실시했다. 곰이 사람을 습격해 큰 부상을 입히고 난동을 부리는 상황을 가정해 사살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사람이 실제로 흰 브이(V) 자 털까지 심은 반달가슴곰 탈을 썼고, 습격당한 사람은 피가 흥건한 것처럼 보이는 흰 셔츠를 입는 등 현장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번 훈련은 이른바 어번 베어(urban bear·도시의 곰)에 의한 인명 살상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어번 베어란 서식지인 산에서 내려와 주택가 등을 활보하며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시 생활에 적응해 가는 곰을 말한다. 도토리 등 주식으로 삼는 열매들이 흉작으로 찾기 어렵게 되자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온 곰들이 갈수록 대담해지면서 어번 베어로 변모하고 있다고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어번 베어의 주민 습격 사례는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12일 홋카이도 후쿠시마초 주택가에서는 신문 배달하던 70세 남성이 불곰의 습격을 받고 사망했다. 불곰이 물고 간 남성의 시체는 풀숲에서 발견됐다. 수렵 단체 회원들은 엿새 만에 몸길이 2m가 넘고 체중은 218㎏에 달하는 수컷 불곰을 사살했다. 불곰과 반달가슴곰 중 덩치가 크고 포악한 불곰이 주로 인명 살상을 일삼는다는 통념도 깨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혼슈 북부 이와테현 기타가미시의 민가에 반달가슴곰이 침입해, 81세의 여성을 살해했다. 곰이 집 안까지 들어가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첫 사례였다.
일본에서는 곰에 의한 인명 살상 사례가 주기적으로 발생했지만 최근 상황은 이례적이다. 예전엔 주로 겨울잠을 앞둔 곰들이 배를 채우러 민가로 내려왔지만, 최근엔 봄·여름에도 출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6월 곰의 습격으로 37명이 죽거나 다쳤다.
도토리 흉작이 예상되는 올가을엔 최악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곰 탈까지 동원한 경찰 훈련까지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곰 출몰이 잦은 지역에서는 곰의 침입을 막는 특수 설계 쓰레기통을 설치하거나, 곰을 쫓을 정도로 용맹한 맹견을 이른바 ‘베어 도그(bear dog)’로 사육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자체가 경찰 지휘를 기다리지 않고 독자 판단으로 곰을 사살할 수 있도록 야생동물보호법을 개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