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현재의 과반 의석을 지키는데 실패했다. 2012년 이후 선거 때마다 연전 연승하던 ‘자민당 1강(强) 시대’는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패배해 막을 내렸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선거 패배에도 퇴진없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지만 향후 정세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수를 잃어, 이번 패배로 중의원과 참의원 양쪽 모두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이시바 총리는 야당의 협조없이는 법률이나 정책, 예산 등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약체 총리가 된 것이다.
21일 7시 30분 개표 결과, 이번에 선출하는 참의원 전체 125석 가운데 자민당은 39석을 확보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이루는 공명당은 8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연립여당은 47석에 그쳤다. 현재 확정되지 않은 의석은 1석이다. 총 248명인 참의원은 3년마다 절반인 124명을 선출하며 올해는 결원 1명을 포함해 125명을 선출했다. 이번 선거와 무관하게 임기가 남은 기존 의원이 75명에 달하는 자민당·공명당은 이번 선거 125석 가운데 50석만 확보하면 됐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민주당, 참정당, 레이와신센구미, 국민보수당 등 군소 야당들은 의석수를 늘리며 약진했다. 7시30분 현재, 입헌민주당은 21석, 국민민주당은 17석, 참정당은 14석 등을 확보했다. 특히 1석에 불과했던 참정당이 약진했다. 한석도 없던 일본보수당도 2석을 확보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 방송과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와 같은 많은 국가 과제를 짊어지고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총리직을 지속할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TV도쿄와 인터뷰에서도 “총리직을 지속한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도 했다.
NHK는 “자민당 정권에서 이렇게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지키지 못한 것은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2012년 옛 민주당에서 정권을 탈환한 이후, 작년 10월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연전연승했다.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 스가 전 총리와 기시다 전 총리는 이 시기에 중의원과 참의원 과반이란 안정 의석을 바탕으로, 야당의 큰 견제없이 국정을 운영했다.
이시바 총리는 퇴진을 부인하긴 했지만,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으로선 결국 이시바 총리의 퇴진이나, 다른 야당을 끌어들여 연립 정권의 확대하고 과반수를 회복하는 정계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당이 대결집해 정권이 교체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