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맛 뒤로 따라오는 특유의 단맛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깊은 향으로 유명한 일본 교토의 '우지 말차(宇治抹茶)'/라쿠텐

일본 천년고도 교토부의 제2 도시 우지시(市)는 시즈오카·사야마와 함께 ‘일본 3대 찻잎 생산지’로 꼽힙니다. 그중에서도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 ‘우지 말차(抹茶)’입니다. 말차는 찻잎을 분말로 가공해 우리는 녹차의 일종이에요. 우지시 말차 생산 업체들은 3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최근 우지 말차를 포함한 일본산 말차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말차를 포함한 일본차의 수출액은 최근 연간 300억엔(약 2900억원)에 육박해요. 세계적으로 일본산 말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구입 수량을 1인당 1개로 제한할 정도입니다.

일본 요미우리TV는 “말차가 일본인의 장수(長壽) 비결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고, 영국 가디언은 “빛나는 녹색 가루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지 말차 파우더/cotta.jp

그런데 일본의 자랑 우지 말차가 최근 원산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국 문화인 한복·김치를 자기네 문화라고 주장하는 중국에서 ‘우지 말차’란 똑같은 이름의 브랜드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 제기를 한 건 300년 역사의 우지 말차 생산업체 ‘마루쿠 고야마엔(丸久小山園)’입니다. 이 업체는 최근 자사가 생산하는 상품과 같은 이름으로 유통되는 말차 세트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확인 결과,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되고 있었다고 해요.

일본에서 생산된 우지 말차 패키지(왼쪽)와 중국에서 생산된 모조품/일본식량식문

이 중국산 말차 세트는 제조·판매원 이름까지 ‘우지 말차’였습니다. 일본의 원조 우지 말차 업체들은 해외 소비자들이 중국산이 원조라고 혼동해 구매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문제의 중국산 우지말차는 마루쿠고야마엔이 생산하는 제품과 이름이 같고, 찻가루가 담긴 용기도 유사하게 디자인됐습니다. 반면 품질은 원조보다 떨어집니다. 쓰고 떫은맛이 강하다고 해요.

일본에서 생산된 우지 말차 패키지(오른쪽)와 중국에서 생산된 모조품/MBS

마루쿠고야마엔의 코야마 모토야(小山元也) 사장은 지난 4일 MBS(마이니치방송)에 “중국산 말차의 품질이 우리 우지 말차 품질이라고 잘못 인식될 우려가 있다. 이를 넘어 우지 말차 자체가 중국이 원산지라고 오해될 소지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식량신문에 따르면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우지차를 중국산이라고 착각하는 소비자가 있다고 합니다.

MBS에 따르면, 중국의 ‘우지 말차’라는 회사 공식 웹사이트에는 “말차의 기원은 중국에 있으며, 우린 교토 우지의 다도가로부터 인정을 받고 (지역명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회사는 그러면서 “말차를 고향(중국)에 돌려보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kanro.co.jp

말차의 기원이 중국인 것은 사실입니다. 8세기경 당나라 문인 육우(陸羽)가 저술한 책 ‘다경(茶經)’에 차 종류가 네 가지로 분류돼 있습니다. 추차(觕茶)와 산차(散茶), 병차(餅茶), 그리고 말차입니다. 다만 당시 말차가 지금의 분말차 같은 형태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11세기 무렵 쓰인 중국 다도 관련 문헌을 보면 ‘찻가루를 빻아 가루로 만들어 차를 우렸다’는 내용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런 말차 문화가 일본에서 성행하기 시작한 건 무로마치 시대(1336~1573) 때입니다. 당시 중국에선 명나라 초대 황제 홍무제(洪武帝)가 지금과 같은 분말 형태 말차의 원형인 단차(団茶) 제조를 금지했습니다. 중국에서 쇠퇴하는 새 일본의 독자적인 말차 제조법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하지만 말차 기원이 중국이라고 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우지 말차’ 브랜드를 중국산인 듯 속여 파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게 일본 측 지적입니다.

일본 민영방송 TBS에 따르면, 중국에서 우지 말차 모방품이 유통된 건 최소 10년 전부터의 일입니다. 중국에 말차 열풍이 불었던 때로, 당시엔 일본 교토 차협동조합과 특허청 등이 강하게 대응해 문제가 사그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산 말차 인기가 세계적으로 치솟은 최근 들어 재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말차를 활용한 일본의 디저트들/moshimoshi-nippon.jp

MBS는 일본의 우지 말차가 중국에선 상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회사명을 ‘우지 말차’라고 하는 것 자체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조와) 품질 오인이 생길 경우 위법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중국산임에도 ‘우지 말차’라 표기하고 상품을 판매 중인 회사가 한 곳뿐이 아니라서, 일일이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미야와키 마사하루 일본 리쓰메이칸대 법학부 교수는 “소송을 제기하려면 중국에 가야 하고, 그럴 경우 일본 업체 측 부담이 커진다. 소송 절차와 비용 등을 관련 기관들이 나눠 부담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MBS는 “일본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했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