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난청을 앓는 일본 프로 농구 선수 쓰야 가즈마(津屋一球·27)가 12일 국가대표 선수단에 첫 소집됐다./media.engate.jp

일본 스포츠계엔 투타 겸업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31)와 함께 ‘이도류(二刀流)’로 유명한 선수가 있다. 청각장애인 선수로 구성된 ‘데프(청각장애) 농구’와 일본 프로 농구 1부 리그 ‘B리그’에서 동시 활약 중인 쓰야 가즈마(津屋一球·27)다.

선천적인 난청을 앓는 쓰야는 장애를 극복하고 프로 농구 선수로 데뷔, 현재 소속팀 ‘산엔 네오피닉스’에서 에이스 슈팅가드로 경기장을 누비고 있다. 그런 그가 장애인 대표가 아닌 일반 성인 국가대표에 첫 소집됐다고 12일 교도통신, 닛칸스포츠 등이 보도했다.

쓰야는 1998년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에서 양쪽 귀에 난청을 앓는 채 태어났다. 초등학생 시절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루카와 가에데(서태웅)를 동경하면서 농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부모님을 졸라 농구 명문 아오모리 히로사키시립쓰가루중에 입학했다. 당시 그의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자동차로 1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멀었다. 그럼에도 연습이 길어질 땐 친구 집에 묵는 등 포기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야구가 취미였던 아버지의 지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의 이름 ‘가즈마(一球)’는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하나의 공’이라는 뜻. 이 역시 그를 프로 야구 선수로 키우려 했던 아버지의 바람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선천적인 난청을 앓는 일본 프로 농구 선수 쓰야 가즈마는 늘 소형 고성능 보청기를 끼고 훈련과 경기에 임한다./NHK

이후 쓰야는 집에서 약 1000㎞ 떨어진 교토 농구 강호 라쿠난고에 진학해 2014년 전국 고교 농구 대회에서 팀을 3위로 이끄는 등 청소년 농구계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현지 스포츠 전문 매체 포이어즈 등과의 인터뷰에서 고교 3학년 때 처음 접한 ‘데프 농구’와의 만남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데프 농구는 일반 농구와 규정이 같지만, 심판 휘슬이나 경기 시작 등을 알리는 버저가 울릴 때 특정 색깔의 깃발이 휘날리는 것이 특징이다. 청각장애를 앓는 선수들을 위해 경기 상황을 눈으로만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형평성을 위해 보청기 착용이 금지돼, 선수 간 소통은 오로지 손짓과 발짓으로만 이뤄진다.

“보청기를 벗고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어요. 일반 농구밖에 하지 않았더라면 키울 수 없었던 소통 능력을 얻었습니다.” 쓰야는 어렸을 적 장애를 원망했지만, 데프 농구에서 자신과 같은 선수들을 보며 “‘나만 이런 것이 아니다’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쓰야를 차세데 농구 스타로 견인한 것도 데프 농구였다. 2018년 도쿄 도카이대 재학 시절 출전한 21세 이하 데프 농구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득점왕, 최우수선수상을 동시 수상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 대표팀은 결승까지 진출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카이대 농구부에선 주장을 맡았는데, 데프 농구에서 익힌 특유의 차분한 소통 중재 능력을 인정받아 당시 감독에게서 ‘역대 최고의 캡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일본 프로 농구 선수 쓰야 가즈마(津屋一球·27)/bbspirits.com

2020년 현재 소속팀 산엔 네오피닉스에 등록 상한수 이상으로 영입할 수 있는 ‘특별 지정 선수’ 자격으로 입단했다. 키 191㎝, 몸무게 90㎏의 거구와 정밀도 높은 3점슛을 무기로 일반 선수 사이에서도 당당히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의 등번호(28번)를 따 ‘쓰야의 날’이라고 불리는 지난 8일엔 3점슛 다섯 개를 포함한 20득점에 성공해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그의 활약이 두드러진 날이면 현지 농구 팬들은 소셜미디어에 “쓰야가 ‘쓰야’ 했다”는 밈을 퍼나른다.

쓰야는 선수 생활과 함께 스포츠 진흥 비영리단체 ‘원즈 퓨처’ 이사로서 자선 활동을 하는 등 일본 장애인 스포츠 진흥에 기여했다는 평도 듣는다. 쓰야가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기로 맘먹은 건 대학 4학년 때인 2020년이라고 한다. “코로나 탓에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됐는데, 농구 외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저로서는 무력감이 심했어요. 그러다 (당시 데프 농구 일본 대표팀 감독) 우에다 요리타카로부터 ‘평소 농구 외의 일에도 임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듣고 사회 공헌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쓰야는 “자선 활동을 하며 만난 난청 어린이들에게 ‘쓰야는 어릴 때 어떤 아이였나요’란 질문을 들으면, 그저 운동선수일 뿐인 내 존재가 누군가에겐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고 했다.

쓰야는 현재 소형 고성능 보청기를 끼고 훈련과 경기에 임한다. 일본 언론들은 어렸을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기에 발달한 예민한 손끝 감각, 경기장 분위기를 읽는 탁월한 리더십이 그를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일본 성인 남자 농구 대표팀에 뽑히는 건 그의 중학생 시절부터의 꿈이었다고 한다. 이날 쓰야는 현지 취재진에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것에 대해 보답을 받았다. 난청과 상관없이 누구든 ‘톱 선수’가 될 수 있단 걸 모두가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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