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 오사카 우메다 예술 극장에서 상연된 다카라즈카 가극단 공연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북한군 남성 장교를 연기한 배우 아사미 준(왼쪽)이 여주인공 역할의 유메시로 아야를 안고 있다. 다카라즈카 가극단 단원은 전원 여성이다. 동명의 한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이번 공연은 이날 개막해 28일까지 열린다. 현재 모든 회차가 전 좌석 매진된 상태다. /산케이스포츠

재벌가 출신 한국 여성과 북한군 장교의 사랑을 그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일본의 유명 극단이 동명 뮤지컬로 만들어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다카라즈카(寶塚) 가극단’의 최신작 ‘사랑의 불시착(愛の不時着)’이 22일 오사카 우메다 예술극장에서 개막돼 28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티켓 값은 장당 3000~1만2500엔(약 2만8000~11만6000원)인데, 마지막 공연일까지 모든 표가 동났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된 도쿄 공연도 모든 회차(18회) 객석이 관객으로 가득 찼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1913년 한큐(阪急)전철 창립자 고바야시 이치조가 효고현 다카라즈카시(市)에서 창단한 여성 극단이다. 모든 극단원이 여성으로, 극중 남성 역도 여성 배우가 남장(男裝)해 연기한다. 극단원이 되려면 우선 자체 배우 양성 기관인 ‘다카라즈카 음악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다카라즈카 음악학교에서 혹독한 가창·연기 훈련을 받고 깐깐한 입단 시험을 거쳐야 ‘다카라젠느(극단원)’라고 불리는 단원 자격을 얻는다. ‘다카라젠느’는 극단 이름과 ‘파리지엔느’(파리에 사는 여성)의 합성어다. 원칙적으로 미혼 여성만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극단원은 약 400명으로 매해 약 여덟 작품을 공연한다. 혹독한 도제식 운영과 단원들의 뛰어난 가창력 및 연기력으로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다카라즈카 출신들이 배우와 가수로 크게 성공하는 일도 많아 ‘스타의 산실’이라고도 한다.

일본 전통 여성 가극 '다카라즈카'로 재탄생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다카라즈카 가극단

사랑의 불시착은 한국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작품으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tvN에서 방영했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가 출신 여성 기업인 윤세리가 북한군 남성 장교 리정혁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남녀 주연을 맡았던 현빈과 손예진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2022년 결혼했다.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 회당 평균 시청률이 10%를 웃돌며 흥행한 동시에,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열풍’에 올라타 세계적 인기까지 끌었다. 특히 일본에선 한류 열풍의 시작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2002년 드라마 ‘겨울 연가’ 못지않은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2020년 ‘일본인이 가장 많이 시청한 넷플릭스 작품’에 올랐고, 일본 정부 주최 방송 시상식인 ‘도쿄 드라마 어워드’에서 해외 작품 특별상을 받았다. 같은 해 현지 출판사 자유국민사가 선정하는 ‘올해의 유행어 톱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사랑의 불시착 열풍은 거셌다.

그리고 드라마로 처음 방영되고 5년이 지나 다카라즈카의 레퍼토리가 돼 뮤지컬로 선보인 것이다. 다카라즈카가 한국 드라마를 무대에 올린 것은 2009년 배용준 주연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이어 두 번째다. 다카라즈카는 단원들을 꽃·달·눈·별·우주로 이름 붙인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운용하며 동시에 여러 공연을 올린다. 이 중에서 ‘사랑의 불시착’을 공연하는 그룹은 눈을 상징하는 유키구미(雪組·설조)인데 다른 그룹보다 가창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특히 유키구미의 남녀 주인공을 도맡는 에이스 배우 아사미 준과 유메시로 아야가 각각 ‘리정혁’과 ‘윤세리’ 역할을 맡았다.

아사미는 극중 리정혁처럼 머리를 짧게 잘라 ‘올백’으로 넘긴 채 황토색 북한군 군복을 입었고, 여주인공 유메시로는 일본에서 이른바 ‘한국 여신 머리’라는 갈색 긴 웨이브 펌 스타일로 무대에 올랐다.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월 도쿄 요미우리홀에서 K팝 아이돌 가수 윤산하 등 한국 배우들이 주축이 된 한국어 공연(일본어 자막 제공)으로 일본 관객과 만났고, 7월에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같은 팀으로 앙코르 공연을 가졌다. 특히 신국립극장에 한국어 뮤지컬이 오른 것은 ‘사랑의 불시착’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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