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개봉한 일본 영화 ‘철도원’의 무대였던 홋카이도 이쿠토라(幾寅)역이 31일 문을 닫았다. 소설 원작의 이 영화는 폐선(廢線)이 예정된 ‘호로마이역’에서 일하는 역장을 그렸는데, 실제 촬영 무대였던 이쿠토라역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폐선 수순을 밟았다. 이쿠토라역은 일본에서 실제 이름보다 ‘철도원’ 속 이름인 ‘호로마이역’으로 더 유명하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홋카이도의 철도인 JR네무로선(線) 일부 구간이 이날 운행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이쿠토라역은 JR네무로선의 폐선 구간에 위치해 있었다. 1907년 개통한 이 구간은 인구 감소로 하루 이용자가 수십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철도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일대 여객 운송은 버스가 대체할 예정이다.
이쿠토라역이 위치한 마을인 미나미후라노는 JR홋카이도에서 역사를 양도받아, ‘철도원’ 관련 전시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이쿠토라 역사와 주변에는 영화 촬영 때 사용한 역 간판과 같은 세트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역사엔 영화 포스터도 걸려 있고 기차표 등 소품도 판매된다. 영화에 등장한 기차의 앞부분도 전시돼 있다. 이쿠토라역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역사가 문을 닫은 이날 역사로 찾아온 전국의 철도 팬들에게 무료 커피를 나눠줬다.
‘철도원’은 2000년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주연남우상·주연여우상·조연남우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일본의 국민 배우였던 고(故) 다카쿠라 겐이 주인공인 역장 역을 맡았으며, 일본의 ‘국민 여동생’으로 유명했던 히로스에 료코씨가 이 작품 조연으로 출연한 뒤 최고 인기 배우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도 유명한 음악가인 사카모토 류이치씨가 음악을 담당했다. 한국에는 2000년 개봉돼 서울에서 29만 관객을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