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연예 기획사 창업자가 소속 남자 아이돌 가수를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논란이 제기돼 팬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일본 방송사 TBS 등에 따르면, ‘쟈니즈 사무소에서 일어난 성 피해 검증 연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예 기획사 쟈니즈 사무소(이하 쟈니즈)의 창업자 고(故) 쟈니 기타가와(喜多川) 전 사장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쟈니즈 소속 가수의 팬인 이들은 “소속사가 사태를 방치하는 건 큰 문제”라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1만6000명의 서명서를 쟈니즈 측에 보냈다.
지난 2019년 88세로 사망한 기타가와 전 사장은 31세이던 1962년 쟈니즈를 설립, 일본 남자 그룹 스마프(SMAP), 아라시 등을 키워내 ‘일본 남자 아이돌의 대부’로 불렸다.
쟈니즈 소속으로 활동했던 남자 가수 가우안 오카모토(26)는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2~2016년 기타가와 전 사장에게서 15~20회의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라마·광고 출연과 가수 데뷔 등이 모두 기타가와의 한 마디로 결정됐다면서, “예능계에서 이런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가수나 지망생이 여럿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오카모토는 “처음 피해를 당한 건 사무실에 입사한 지 2개월 후인 15살 때”라면서 “저를 제외하고 피해자 3명이 확실히 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소속 가수들은 기타가와가 누군가에게 마사지를 해준다고 하면 다들 ‘오늘 차례는 이 아이구나’라는 식의 반응이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BBC는 지난 3월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 ‘기숙사’라고 불린 기타가와의 자택 중 한 곳에서 많은 소년들을 상대로 성범죄가 일어났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쟈니즈 측은 “경영진과 직원 등 성역 없이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면서 전문가 자문을 통해 회사 운영을 점검해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쟈니즈 내부에서는 기타가와 전 사장이 사망한 지 4년이 지나 관련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