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클럽’으로 평가받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일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일하지 않는 근로자의 숫자가 코로나 이전보다 1000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전 세계 근로자의 실질 임금도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로자의 대규모 감소와 실질임금 축소는 결국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는 장기적인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OECD 회원국의 비경제활동인구가 2022년 여름 기준 4억4000만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1000만명 정도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는 사람들 중에서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에 따라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구직자의 비율인 노동참가율도 하락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12월 비경제활동인구가 5384만명, 노동참가율이 62.2%였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비경제활동인구가 101만명 늘었고 노동참가율은 1.1%포인트 떨어졌다.
영국·독일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노동참가율(2022년 3분기 기준)이 3년 전보다 떨어졌고, 비경제활동인구는 52만명이 늘었다. 이 신문은 “노동력 공급의 감소는 일부 국가가 아니라 OECD 주요 국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경제 전문가들은 노동참가율이 코로나 팬데믹의 종료와 함께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불안 탓에 일터를 떠났던 가정주부나 60~70세 노인층이 한꺼번에 복귀하고,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20~40대 근로자들도 재취업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사실상 끝나면서 구인이 늘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이전처럼 ‘힘든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구인·구직 서비스 플렉스잡스의 취업 의향 조사에선 63%가 고임금보다 워라밸을 택했다. 영국 회계법인 어니스트앤영이 22국의 직장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43%가 1년 안에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고 대답했다. 일본에서도 작년 이직 희망자는 2019년보다 15% 증가했다.
취업한 직장인들도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구인난과 수요 폭증,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명목임금 자체는 올랐지만, 그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 임금 상승의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발표한 ‘세계 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근로자의 평균 실질 월급은 2022년 전년 대비 0.9% 하락했다. 글로벌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를 찍은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 근로자 실질임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1.2% 오르는 등 매년 2%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글로벌 명목임금이 5.1% 오를 때 물가는 8.8%로 폭등해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실질임금 하락은 선진국에서 더 심각해 주요 20국(G20)의 실질임금 하락폭은 2.2%로, 세계 평균보다 훨씬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은 모두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미국은 지난 1월까지 민간기업 비농업 근로자의 시급이 연간 4.4% 오른 반면, 소비자물가는 연 6.4% 올랐다. 유럽 주요 6국도 지난해 명목임금은 4.9% 상승했지만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두 배에 육박하는 9.2%였다. 지난달 공공 근로자 수십만 명이 임금인상 시위를 벌인 영국의 경우 실질임금 하락률이 -2.9%였다. 이탈리아(-3.1%), 스페인(-4.5%), 그리스(-6.9%) 등 남유럽은 더 심각했다.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일본이 -0.3%로 가장 선방했다. 한국은 -1.8%였다.
선진국일수록 팬데믹 이후 노동 인구 규모가 급감, 경제 생산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노동 생산성이 떨어져, 실질임금 하락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질임금 하락은 가계의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