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브랜드 야마자키 시리즈. /산토리

지난 13일 회사원 이모(33)씨는 일본 도쿄 여행을 마치고 나리타 공항 면세점의 주류 매장을 샅샅이 뒤졌다. 야마자키 18년, 히비키 21년 등 일본 위스키를 5만엔(약 48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은 모두 품절이었다. 이씨는 점원으로부터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모두 이 제품만 찾기 때문에 재고가 들어오는 족족 나간다. 오늘 운 좋게 10병 넘게 들어왔는데 오후에 다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 여행 빗장이 풀리자 한국과 중국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일본 위스키를 구매하려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일본 위스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일본 위스키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도쿄 긴자의 주류 매장에서 만난 재일 중국인은 “일본 위스키는 중국에서 수십만, 수백만엔에 팔린다”며 “중국으로 보내 차익을 얻는 것이 일본에 사는 중국인들의 짭짤한 부업”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긴자에서 2만6000엔(약 24만8000원)에 판매되는 ‘야마자키 12년’은 남대문 주류상가에서 약 40만원에 팔린다. ‘히비키 21년’은 먹고 남은 빈 병이 당근마켓에 18만~20만원에 올라와 있다. “보이면 무조건 사두는 게 이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위스키 수출액은 지난 2019년 194억엔(약 1855억원)에서 2020년 271억엔(약 2591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에는 461억엔(약 4408억원)으로 전년보다 70% 증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으로 일본에 갈 수 없게 된 위스키 애호가들이 산토리의 ‘야마자키’와 ‘히비키’ 등 이름이 알려진 유명 제품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폭발적인 수요에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6월 산토리 ‘야마자키’ 가격은 1병에 1만엔(약 9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54% 오른 가격이다. 산토리의 다른 위스키인 ‘하쿠슈’는 1병에 8000엔(약 7만6500원)으로 2년 전보다 60% 올랐다. 대부분의 판매점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본에서는 위스키 복권까지 등장했다. 복권 가격을 1만엔(약 9만5000원) 내외로 판매하는 대신 1, 2 등 당첨자에겐 야마자키 등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를 주고 3등은 쉽게 살 수 있는 1만엔 상당의 위스키를 주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