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97세 운전자는 보행자를 치고 차량 3대를 들이받아 멈출 때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사회에선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교도통신, NHK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쯤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나미시오 구니요시(97)씨가 몰던 경차가 보도에 서있던 보행자를 들이받은 뒤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42)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은 나미시오씨를 자동차운전처벌법 위반(과실운전치사상) 혐의로 체포해 지난 21일 검찰에 송치했다. 사고로 머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나미시오씨는 경찰서를 나오면서 경찰관들에게 부축을 받아 차량에 타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고 당시 나미시오씨는 보행자를 친 뒤 수십m나 질주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몰던 차량은 가로수 사이에 끼인 뒤에야 멈춰 섰다.
초고령 운전자인 나미시오씨는 2020년 7월~9월쯤 운전면허증을 갱신할 당시 인지기능검사에서 문제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는 지난해에 346건 발생해 전년보다 13건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신체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고령 운전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갱신할 때는 안전운전에 관한 특강을 수강해야 하며 올해 5월부터 75세 운전자는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
토코로 마사후미 릿쇼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에 필요한 ‘인지 기능 검사’는 3년에 1번 시행되는데, 고령자의 경우 1년 단위의 짧은 기간에도 인지 기능에 변동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 빈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내용도 현재는 ‘기억력’에 이상이 없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 주를 이루지만 ‘주의력’ 등 다른 요소를 포함해 폭넓게 조사할 수 있도록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산케이 신문에는 “사람은 노화와 함께 인지기능과 판단, 동작 속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운전면허 취득 연령에 ‘18세 이상’이라는 하한이 정해진 것처럼 운전면허 갱신 나이에도 상한이 필요하다”는 기고가 실리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 기준인 65세 이상 전국 고령 운전자의 면허 평균 반납률은 2.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