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일본 내각은 1991년생인 서른한 살 기시다 쇼타로(岸田翔太郎)씨를 총리비서관에 발탁됐다. 정식 명칭은 내각총리대신비서관(Executive Secretary to the Prime Minister)이다. 내각총리의 명(命)을 부처 관료에게 전달하거나, 총리관저와 부처 간 정책을 사전 조율한다. 막중한 권력인 만큼 주로 외무성·재무성·경제산업성·방위성·경찰청 고위 관료를 발탁한다. 현직 국회의원이 맡는 경우도 있다. 현재 정무 담당 비서관은 경제산업성 차관 출신이다. 31세 신임 비서관은 대기업에서 6년 근무한 게 이력의 거의 전부다.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을 총리 장남인 기시다 쇼타로 총리 총리 정무담당 비서관이 지켜보고 있다.

쇼타로 비서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장남이다. 세습(世襲) 정치인이 흔한 일본 정치권에서조차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기시다 총리는 7일 국회에서 인사와 관련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사”라며 “휴일이나 한밤중 신속한 보고, 소셜미디어(SNS) 대응 등 비서관실의 즉각 대응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인 쇼타로 비서관이 기시다 총리와 총리공저에 함께 거주하니, 신속한 보고 체제라는 걸까?

인사 당일 트위터에 일본 젊은이들이 수십건의 비판과 푸념 글을 올렸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총리관저 앞에서 집회도, 1인 시위도 없었다. 현직 총리가 본인의 인사 권한으로 아들을 발탁해 국민 세금으로 월급 주면서 후계자 수업을 하는데도 말이다. 일본인 지인은 “멋대로 하는 일본 정치인보다 분노하지도 행동하지도 않는 일본 유권자들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일본의 선거 투표율은 50% 내외다. 올 7월 참의원 선거는 52.05%였다. 1995년엔 44%였던 적도 있다.

여론 편갈이에다 몸싸움과 공중 부양까지 등장하는 한국 정치지만 어느 유력 정치인도 감히 자식을 총리비서관 같은 고위직 공무원에 발탁하는 법은 없다. 여론이 무섭기 때문이다. 올 3월 대선 투표율은 77.1%였다. 2000년 이후 보수·진보 간 정권 교체만 3차례다. 물론 한국 유권자의 분노는 과잉되거나 편향된 여론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 22일엔 출범 6개월도 안 된 윤석열 정권이 마음에 안 든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집회에 수천명이 모였다. 같은 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수천명의 집회에선 “문재인 구속”을 외쳤다. 도쿄서 만난 한 정치인은 “자기편 말만 맞는 편향 여론이 한국 정치를 망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70%가 세습인 데다 한 번 당선되면 20~30년씩 의원 배지를 다는 ‘고인 물 정치판’ 일본에서 보니 4년에 한 번씩 공천 파동과 권력 투쟁 속에 물갈이하는 한국이 그나마 ‘흐르는 물’처럼 보인다. 상대가 싫다고 쉽게 분노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론에 감사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