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인이라면 흔히 ‘타인에게 무관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그 편견이 모두 깨지게 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지난 15일 ‘한일 교류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이었던 2005년 시작한 이 대회는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했다. 한국에 사는 한일 국민들이 양국에 관한 경험담을 상대국 언어로 약 5분씩 발표하면서 서로에 대한 우정을 다지자는 취지다. 응모자 56명 중 이날 본선엔 한국인 6명, 일본인 6명이 진출했다. 이 중 그랑프리상(대상)을 거머쥔 한국 백석대 일본어 전공 여대생 강솔씨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이란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신의 과거 일본 여행기를 소개했다.
강씨는 “한국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한국인은 가까운 사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질투도 느끼지만, 일본인은 남 사생활에 흥미를 갖지 않고 무관심하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였다. 강씨는 “하지만 여행 중 길을 헤매던 날 일본인 아저씨가 찾아와 도와주고, 한 이자카야에선 메뉴판을 읽지 못하는 나를 점장이 찾아 주문하지 않은 음식까지 (서비스로) 주면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행 마지막 날 공항에 가는 전철을 놓칠 뻔했을 때, 일본 역무원이 짐까지 대신 들어주며 도와줬다”며 “그 이후로 일본인도 한국인처럼 따뜻한 정이 있음을 알았다. 일본을 오해하는 한국인들에게 내 이야길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한일 교류 말하기 대회는 코로나로 막혔던 양국 여행길이 최근 개방되고, 유학·관광 등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2위인 금상 메달은 도쿄 조치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 최근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여대생 도미 사오리(富沙織)가 가져갔다. ‘잊지 못할 친구와 나’란 발표를 준비한 도미는 초등학생 시절 제주도에서 만났던 ‘유진’이란 친구를 회상하면서, “얼마 전 10년여 만에 만난 유진이가 ‘사오리는 내가 처음 만난 외국인이자 일본인이었어.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너를 통해 가졌고, 일본어 공부까지 하게 됐어’란 말을 했다”며 “나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단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유학 생활 중에도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겠다”며 “내게 잊을 수 없는 친구 유진이가 있듯, 누군가에게 도미 사오리란 사람의 기억이 오랫동안 기쁘게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은상은 ‘한국 요리에 빠진 일본 며느리’란 주제로 연설한 일본인 가노이 마리(叶井真理), 동상은 ‘잊을 수 없는 벳푸(別府) 여행’을 소개한 문기원씨에게 돌아갔다. 시상과 축하사를 맡은 주조 가즈오 주한 일본 공보문화원장은 “앞으로도 양국 언어를 열심히 공부해 서로 우정을 약속하고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