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4일 일본 북부를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2017년 8월과 9월 처음으로 연거푸 일본 열도 위를 넘어가는 화성-12호 미사일을 쏜 데 이어, 세번째다. 일본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이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해서, 일본 열도 위에서 최고 높이에 도달하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는 없기 때문이다. 4일 북한이 쏜 미사일은 일본 열도 부근에서 최고 970㎞까지 올라갔고, 2017년의 화성-12호 2기(基)도 각각 최고 550㎞, 770㎞까지 올랐다가 모두 일본 동쪽의 태평양으로 떨어졌다. 미 군사 전문가 조 시린시오니는 “그 정도 높이까지 오를 수 있는 전역(戰域ㆍtheatre) 미사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북부를 가로질러 일본 동쪽에서 3000km 떨어진 태평양으로 떨어졌다는 4일 오전 일본 방송의 긴급 속보 화면을 한 보행자가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17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적도 위 정지궤도에 있는 미 적외선 조기(早期) 경보위성이 수 초 만에 포착했다. 이후 요격미사일 SM-3를 장착한 동해 상의 일본 이지스함 3척이 이 미사일의 궤도를 추적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열도 위에서 최고 높이에 도달한 북 미사일은 일본 이지스함이 장착한 SM-3 시리즈의 최고 높이(500㎞)를 넘었다.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SM-3, SM-6는 탄도미사일의 중간ㆍ종말 단계를 겨냥한다. 그러니 SM의 다음 방어 단계인,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Thaadㆍ최고 높이 150㎞)나 최종 단계에서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ㆍ20㎞ㆍ홋카이도 치토세 공군기지 배치)는 이런 경우 무용지물이다. 일본은 사드가 배치돼 있지 않다.

2017년 당시 스가 히데요시 일본 총리는 “일본에 대한 피해가 예상되지 않아, 요격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기껏해야 ‘절반의 진실’이다. 기본적으로 요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무리하게 일본 이지스함이 요격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몰아칠 일본 내 후폭풍을 감당해낼 수도 없다.

일본이 만약 요격에 성공했었더라도, 논란은 될 수 있다고 한다.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우주 파편은 결국 지구 저궤도의 수많은 위성 ㆍ우주정거장(ISS)의 가동을 위협하는 추가 요소가 된다. 또 국제법상 영공(領空)은 고도 80.5㎞(미국 주장)~100㎞(국제항공연맹)까지다. 그 위 수백 ㎞ 이상은 영공이 아닌 우주다.

일본이 ‘이론 상’ 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법은 BMD(미사일방어체계) 이지스함이 북한 영해에 들어가 미사일 발사대에 근접한 상태에서 ‘정확한’ 위치와 타이밍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낮은 부스터 단계의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이때도 ‘기회의 창(窓)’은 1~2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동해 상에 레이저 건 또는 요격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을 띄워 놓고 있다가, 북 미사일을 맞추자는 아이디어도 바로 요격에 취약한 이 ‘부스터’ 단계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드론 요격은 아직 미국 내에서 구상 단계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BMD) 갖춘 미국 구축함은 왜?

미국은 왜 북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을까. 2017년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BMD를 갖춘 이지스 구축함이 47척이고, 내년까지 50척을 확보할 예정이다. 미국은 태평양에 17척의 이지스 BMD 구축함을 배치하고 있다.

SM-3, SM-6 능력을 갖춘 미국의 구축함, 순양함이 일본의 동쪽 태평양에 있었으면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북 미사일에 대한 요격을 시도할 수는 있다. 또 북 미사일의 궤도가 명백히 하와이나 괌, 기타 미국령(領)을 향했다면 이는 ‘전쟁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나 바다에 떨어지면 얘기가 다르다.

미국으로선 언제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을 예상해 이지스 BMD 구축함 자산을 (상대적으로 ‘평온한’) 일본의 동쪽에서 배회하도록 할 수는 없다.

미국의 중거리(medium~3000㎞)ㆍ중장거리(~5000㎞) 미사일 요격 성적표도 그리 높지 않다. 미국은 2013년 9월부터 2021년5월까지 모두 17 차례 중거리ㆍ중장거리 미사일 요격 시험을 했다. 이 중 4차례가 ‘실패’였다. 그나마 모두 적 미사일의 발사 시점과 궤도를 미리 알고 실시한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진 결과였다.

2017년 7월 조지프 던포드 당시 미 합참의장이 미 의회에서 “미군은 서울과 일본,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제한된’ 공격에 대해 방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