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한일축제한마당에서 한국과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운영진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다시 만나는 기쁨'이라는 주제로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됐다./뉴스1

지난 2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한일본대사관 등이 후원하는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렸다. 지난 2005년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한 이 행사는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했다.

2020~2021년 코로나로 온라인으로만 개최된 한일축제한마당은 이날 3년 만에 대면 진행됐다. 그간 막혀 있었던 일본 여행과 관련 행사들에 대한 아쉬움을 풀 듯, 행사장 코엑스 C홀 입구 앞엔 시작 10분 전인 오전 10시 50분부터 시민 약 50여 명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부분 20대 남녀였지만,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층도 보였다.

지난 25일 오전 주한 일본 대사관 등 후원으로 열린 제18회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 앞에 시민들이 입장 대기 줄을 길게 서 있다./김동현 기자

이날 행사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주요 내빈들의 축사와 한일소년소녀합창단 공연이 열리는 공식 행사 위주였다. 2~3부에선 한국 화동정재예술단과 공주대 최선무용단, 일본 전통 악기팀 ‘쓰가루 샤미센 KIKI’와 무용단 가쿠노카이 등의 공연이 잇따라 열렸고, 마지막 4부에선 한일 코스프레와 K팝 아이돌 그룹 TO1의 무대가 펼쳐졌다.

지난 25일 오전 제18회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주요 내빈 및 참석자들이 공식 행사 관람을 위해 자리해 있다./김동현 기자

주요 행사와 함께 코엑스 C홀 곳곳엔 일본 지자체 및 기업들이 운영하는 부스 49개가 설치됐다. 룰렛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굿즈와 벚꽃 포스트잇 등 경품을 나눠준 돗토리현 부스 앞에는 오전 11시 30분쯤 시민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일본 취업 서포터즈 KOREC이 마련한 부스에도 상담을 받으려는 한국인 약 20명이 몰려 있었다.

지난 25일 오전 제18회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일본 문화를 체험하는 부스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김동현 기자

이 밖에도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을 즐기려 오전에만 12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NHK, TBS 등 현장에 있던 일본 언론 취재진들은 생각보다 이른 시각 사람이 몰리는 모습에 놀란 듯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진행했다.

일본에서 주로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캐릭터와 인기 애니메이션 복장을 한 코스프레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글로벌 게임 ‘원신’ 캐릭터 ‘종려’의 모습을 따라 한 이모(20)씨는 “오늘을 위해 2주전부터 옷과 헤어, 분장 등을 혼자 준비했다”며 “지자체 부스나 포토월 등 즐길 거리가 많아 그동안 표출하지 못한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을 맘껏 뽐내고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등 주관 ‘한일 대학생 교류사업’에 참여한 학생들도 자리했다. 일본 이바라키대학에 다니는 히지타카 유키(22)는 “‘프로듀스 101′ 등 K팝 아이돌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작년 행사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돼 아쉬웠는데, 올해 행사엔 직접 대면으로 참석해 한국인이 몰리는 모습을 보니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관계 개선에도 우리 젊은 세대들이 문화적 측면으로 기여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재학생 나라부 사라(24)는 “코로나가 막 시작한 2020년 BTS(방탄소년단)를 통해 한국 문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직접 한국을 찾을 방법이 없어 아쉬웠다”며 “신오쿠보 같은 코리아타운만 찾다가 직접 한국에 오니 느낌이 다르다. 인터넷에서만 만나던 한국 친구들도 짧은 시간 직접 만나 대화하니 훨씬 친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나라부는 이어 “한일관계도 오늘 행사에서처럼 서로 친구가 되는 친근한 방향으로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행사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윤호중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노웅래·김한정·이용·배현진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상용·신각수·이준규 등 전(前) 주일 한국 대사들도 총출동했다. 일본 측에선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 등이 자리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축사에서 “일본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을 매우 전향적(前向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18회 한일축제한마당은 이날 저녁 6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주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주최 측 추정 5만명 이상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