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3227> 엔화 가치 하락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엔화. 2022.6.23 pdj6635@yna.co.kr/2022-06-23 13:54:06/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일본 엔화가 1달러당 140엔을 기록했다.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이다. 올해 들어서만 25엔이나 하락했다. 올해 엔화 하락률은 18%에 근접하고 있다. 이런 속도는 1979년(19%) 이후 43년 만이며, 73년 변동환율제 이행 이후 두 번째다.

일본 내에선 일본 경제 구조가 허약해진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엔화의 배경은 미국과 일본의 기준 금리차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엔저가 일본의 수출 부양을 돕지 못한다는 것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플레이션 퇴치를 위해 경기 후퇴를 각오하고 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낮게 억제하고 있다”며 “일·미 금리차 탓에 엔을 팔고 달러를 사는 매수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엔화 약세가 일본 기업 수익 증가와 일본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엔 하락할 경우 2022년 주요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은 0.4% 올라간다. 약 20년 전에는 0.7% 정도의 상승 효과가 있었다.

닛케이는 이런 배경에는 2008년의 금융 위기후 일본 산업계의 변화가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 위기 탓에 엔고가 이어지자, 많은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겼다는 것이다. 1995~98년에 일본의 엔화는 1달러당 80엔대에서 무려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때는 1엔의 엔화 약세가 무역 흑자를 낳았고 연 환산 970억엔의 효과가 있었다. TV와 자동차 등의 수출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15년의 엔저 국면에서는 약 160억 엔 적자로 바뀌었다. 기업의 해외 생산이 가속화되면서 엔화 약세에도 수출은 늘지 않고, 원자재 구입 비용만 늘기 때문이다.

코로나 탓에 엔화 약세에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늘지 않은 것도 약점이다. 여기에 엔저가 자국내 설비 투자를 늘리는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증권에 따르면 20년 전에는 10%의 엔화 약세가 설비투자를 1.7%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1.1%로 위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