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도쿄 시내 아자부 주반에 있는 한 편의점. 주류 코너에 있는 냉장고 중앙에 참이슬스모모(자두), 참이슬머스켓, 참이슬피치, 참이슬톡톡 등 한국 주류업체 하이트진로가 만든 소주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바로 옆 냉장고에 있는 일본의 대표 저알코올 주류 ‘호로요이’와 함께 손님들 눈에 가장 잘 띄는 위치였다. 편의점 직원은 “최근 참이슬 브랜드의 저알코올 과일소주가 인기몰이 중”이라며 “주로 2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한국 소주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 일본법인 관계자는 “지난 2018~19년과 비교할 때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었다”며 “일본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로손이 모두 주류 냉장 코너에 한국 소주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소주인 ‘좋은데이’도 일본 판매량이 지난 2019년 120만병에서 2020년엔 150만병, 2021년엔 400만병으로 늘어났다. 아사히신문은 “요즘 일·한 관계는 전후 최악이라지만 정치 영향을 덜 받는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소주를 마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소주 판매량 급증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일본 젊은 세대 중에서 ‘이태원클라스’ 등 K드라마에 푹 빠진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주인공이 소주를 마시며 ‘캬~’ 하는 장면을 따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발 빠르게 참이슬톡톡 등 저알코올(5도) 제품을 내놓고, 유튜브 등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지성훈 농무관은 “홍초와 같은 한국 음료도 일본 젊은 여성 사이에서 큰 인기”라며 “한국 식품에 대한 일본 젊은 층의 선호도가 최근 2~3년 새 엄청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