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통일교 회장(앞)이 11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습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 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으로 쏴서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가 범행 동기를 “아베 전 총리가 특정 종교 단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통일교 회장은 11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 신자로 등록한 바 없고 고문으로 일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용의자 야마가미의 모친에 대해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통일교와 관련됐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통일교 법인 행사에 참가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모친이) 고액의 헌금을 한 적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으로 할당량이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용의자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특정 종교 단체 신자로 거액을 기부해 (집안이) 파산했다. 아베 전 총리가 이 단체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를 보고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원한을 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이 특정 종교 단체가 통일교라는 소문이 확산하자 통일교 측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실제 아베 전 총리는 작년 9월 통일교 관련 단체 천주가정연합(UPF)이 주최한 행사에 “세계 분쟁 해결,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한학자 총재 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비디오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다나카 회장은 “통일교 우호 단체의 세계평화운동에 공감을 표했던 것일 뿐”이라며 아베 전 총리가 신자였던 적은 없고 통일교가 집단적으로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운동에 협력한 적도 없다고 했다. 범인 모친의 고액 헌금 문제에 대해서는 “야마가미가 진술한 범행 동기가 사실이라면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모친이 파산한 사실을 알고 있고 그 뒤로는 고액 헌금을 요구한 기록은 절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슈칸분슌(週間文春) 온라인판에 따르면 야마가미를 포함한 삼 남매는 부친이 갑자기 사망한 뒤 종교활동에 빠진 어머니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렸다. 부친의 회사를 물려받은 모친이 헌금을 반복하다 2002년 파산했고, 지병을 앓던 형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야마가미 본인도 재학 중이던 명문대를 그만두고 자위대에 입대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통일교에 원한을 품어오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