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일본 20대 직장인들이 ‘1990년 20대 직장인’보다 훨씬 가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년간 대졸 직장인 임금 수준이 제자리걸음 한 반면, 출생률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장 보험료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0년 20대 독신 남성의 연간 실질 가처분소득이 평균 271만6000엔(약 2571만원)으로, 1990년 20대 독신 남성(318만7000엔·약 3017만원)보다 15% 떨어졌다고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이 한 해 벌어들인 수입에서 세금과 사회보장 보험료 등을 제외해 ‘진짜 쓸 수 있는 돈’으로, 여기에 물가 변동분까지 반영한 것이 ‘실질 가처분소득’이다.

현재 일본 20대 독신 남성이 30년 전에 비해 쓸 돈이 없는 원인을 신문은 사회보장 보험료 부담 증가와 낮은 급여 상승률에서 찾았다. 실제 20대 독신 남성들이 부담하는 연간 사회보장 보험료는 1999년 29만4000엔에서 49만8000엔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대졸 신입사원 평균 월급은 17만엔에서 22만엔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과거 일본 대기업 다수가 제공하던 사택(社宅)이나 월세 전액 지원 등 복리후생 제도가 점차 줄어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 감소 추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주요 7국(G7)과 비교하면 일본 젊은 층의 소득 수준은 더욱 두드러진다. 니혼게이자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바탕으로 26~40세 젊은 층의 평균 연간 가처분소득을 추산해 비교한 결과, 일본은 약 2만6000달러(약 3340만원)에 불과해 7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1위 미국(5만달러)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 번 취업하면 연공서열에 따라 월급도 저절로 오른다는 일본 직장인의 상식도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이 신문이 후생노동성 자료를 바탕으로 20대 초반(20~24세)과 30대 초반(30~34세) 임금 차이를 계산한 결과, 1990년에는 30대 초반의 임금이 20대 초반보다 51% 높았다. 하지만 2020년엔 이 차이가 29%로 좁혀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득 감소로) 긍정적인 인생 설계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18~34세 40% 이상이 ‘결혼 자금’을 결혼의 장애물로 꼽고, 친가에 머무는 장년층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 감소가 출생률 저하와 경제 활력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