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비용 항공사 ‘집에어 도쿄’가 비행기 꼬리날개에 큼지막하게 새긴 ‘Z’ 모양의 상징 로고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전차나 차량에 그려 넣은 ‘Z’ 표식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니시다 신고 집에어 최고경영자(CEO)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설명했다.

토쿄 ZIP 에어./ZIP 에어 홈페이지

집에어는 영문 명칭(Zip Air Tokyo)의 앞글자인 Z를 상징 로고로 써왔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러시아군이 ‘승리를 위해’ 등 의미로 사용한 ‘Z’ 표식을 떠올리게 해 침공을 지지하는 기업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니시다 대표는 “실제로 이와 관련한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며 “로고 변경은 승객들이 조금이라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집에어는 앞으로 검정과 흰색, 녹색의 물결무늬 디자인을 새 로고로 사용할 계획이다.

최근 ‘Z’는 기업들이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쓰면 안 되는 ‘금기어’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유럽 발트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과 우크라이나에서 판매하는 갤럭시 Z 시리즈에서 ‘Z’를 삭제했다. 스위스 보험사인 취리히 보험은 취리히(Zurich)에서 따온 Z를 흰색으로 새긴 로고를 150년 동안 써왔지만,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문 ‘Z’의 사용을 정부가 금지하는 사례도 나왔다. 독일 니더작센주와 바이에른주는 Z가 쓰인 깃발로 장식하거나, 스티커를 붙인 차량의 운행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