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중·고교 수영 수업에 남녀 성별을 구분하지 않은 수영복이 도입된다. 일본의 학교에서는 체육 시간에 수상사고 등에 대비한 생존수영을 가르치는데, 이른바 젠더리스(genderless·성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뜻) 수영복이 등장하는 건 처음이다.
수영용품 전문 브랜드 ‘풋마크’는 올해부터 성별 구분 없이 같은 디자인인 ‘남녀 공용 분리형 수영복’을 출시해, 도쿄도·효고현의 중학교 3곳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니혼TV 등이 최근 보도했다. 내년에 도입하기 위해 검토 중인 학교도 10곳이다. 통상 수영복은 학교가 지정한 몇 가지 디자인 중 학생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는데, 선택지 중 하나로 ‘남녀 공용 분리형 수영복’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 수영복의 가장 큰 특징은 긴 소매 상의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로 구성돼,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고 체형이 되도록 드러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기존 일본 학교에서 도입하는 수영복은 남학생은 딱 붙는 반바지, 여학생은 원피스형 반바지로 디자인이 구별돼 있다. 이 업체는 최근 강한 야외 자외선과 신체 노출을 기피하며 수영 수업을 꺼리는 학생이 늘어나는 점을 반영해 이 같은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한다. 또 스스로의 성별을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게 인식하며 혼란을 겪는 학생들이 학교에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점 역시 젠더리스 수영복의 개발 배경이 됐다. 업체 측은 “체형·피부 노출을 최대한 줄인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학생들이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수영 수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일본 학교에선 이처럼 성별의 구분을 없애는 ‘젠더리스’ 문화를 인정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교복 역시 치마·바지로 남녀 디자인을 구분하던 문화에서 벗어나 여학생용 바지형 교복을 도입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한 학교는 지난해 기준 전국 1000곳을 넘었다. 일본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으로 유명한 가고시마현에도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한 공립중학교 비율이 전체의 34%(NHK·4월 기준)를 넘었다고 한다.
2015년 문부과학성이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증상을 겪는 학생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할 것을 권고하는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일본 교육계에선 최근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자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