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일본 도쿄 외곽의 훗사에 있는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오산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방문을 끝으로 한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에 도착했다. 취임 후 처음 일본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2박 3일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포함한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정상들을 만난다.

22일 오후 5시쯤 도쿄도 요코타 미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나루히토 일왕 면담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는 오전 11시부터 회담하고, 오후 1시 30분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동중국해 등에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 핵·미사일 실험을 반복하는 북한에 대한 양국의 긴밀한 공조와 일본의 방위력 강화 등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NHK는 “이번이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첫 정식 대면 정상회담”이라며 “두 사람은 과거 부통령·외무상에 재임하던 시절부터 수년간 친교를 쌓아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오후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도 연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파트너 국가를 모으는 경제 협의체로 기시다 총리 역시 참석해 일본의 참가 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들의 가족들과의 만남, 일본식 정원이 딸린 고급 연회장에서의 만찬도 예정돼 있다.

24일엔 쿼드 정상들과 약 2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진 후, 1시간가량 업무 오찬을 함께한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코로나 등 다방면의 협력을 논의한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중국과도 관계가 깊은 인도와의 협력 강화도 재차 확인할 전망이다.

일본은 20일부터 도쿄 도심 주요 지역에 경찰 1만8000명을 배치하는 등 대규모 경호 작전에 돌입했다. 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아카사카 영빈관 인근에서 테러 등에 대비한 모의 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숙박하는 오쿠라 호텔 인근에선 광범위한 검문 및 교통 통제가 실시됐다. 경시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사태가 진행되는 가운데 열리는 회의”라며 “테러·방해 행위에 대한 위협은 역대 미 대통령 방일과 비교할 수 없다”며 경비 태세 강화를 예고했다.

최대 동맹국 수장인 미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하는 일본의 ‘오모테나시(환대) 외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23일 도쿄 미나토구 시로카네다이에 있는 대형 연회 시설 ‘핫포엔(八芳園)’에서 만찬회를 연다. 부지가 4만㎡에 달하는 핫포엔은 일본에선 최고급 결혼식장의 대명사다. 에도 양식 정원과 다도실 등을 두루 갖췄다. 이곳에서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식을 대접하고, 이후 함께 정원을 산책할 예정이다. 기시다 유코 여사가 다도를 선보이고 차를 대접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의 방일 때와 같은 초고급 식사 대접이나 골프·스모 경기 관람 등의 대형 이벤트 연출은 없다. 코로나 상황과 빠듯한 일정, 소박한 바이든 대통령의 성격 모두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