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의 VPN(가상 사설망)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정부가 여론 통제를 강화하자 VPN 기술을 활용해 이른바 ‘온라인 망명’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여론 및 정보 통제가 VPN 탓에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2일(현지시간) 경찰이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시위를 벌이던 여성을 연행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자국 내 151개 도시에서 벌어진 반전시위 가담자 1만4천여 명을 구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2.4.3/AFP연합뉴스

VPN은 가상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PC의 온라인 접속 위치를 바꾸는 기술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이용자가 가상 위치를 도쿄로 지정하고 VPN을 활성화하면 온라인상 위치가 도쿄로 바뀐다. 서울에서 접속 차단된 서비스라도 가상 위치로 속인 뒤 이용할 수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과 러시아 통신사업자 타요에 따르면 러시아의 이달 4월 VPN 이용자 수가 지난 1월에 비해 53.5배 폭증했다. 실제로 최근 각국의 VPN 서비스들은 러시아인의 접속이 급증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일본 쓰쿠바대학 VPN인 ‘VPN게이트’는 학술 실험용인데도 갑자기 러시아인 접속이 몰려, 이달 중순 123만명에 달했다. 지난 1월 러시아에서 접속한 이용자는 15만명에 불과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정부가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온라인 서비스 접속을 차단한 게 VPN 급증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가 접속을 차단한 해외 온라인 서비스와 사이트는 10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의 추정치를 분석, “해외 SNS 서비스를 이용하던 러시아인 80%가량이 당국의 접속 차단 이후에도 VPN을 활용해 여전히 접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러시아인 대다수가 당국의 정보 통제를 VPN으로 우회하는 것이다. 러시아 통신 규제 당국은 지난달 15일 약 20개 주요 VPN 서비스 접속을 차단했지만 전 세계 모든 VPN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 IT 분야 전문가는 “본래 VPN 망명은 중국인들이 당국의 해외 서비스 접속 차단을 피하기 위해 쓰던 방식”이라며 “중국 정부는 오랜 기간 VPN 차단과 싸웠던 경험으로 내부 통제에 성공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아직 완전 통제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