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쿄가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면서 니케이신문에 올린 광고. 내용은 '그간 전국방송이 아니었음을 사과'

지상파 TV방송국은 주파수를 활용해 특정 지역의 다수에게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방송국마다 방송 영역이 정해지는 이유다. 통상 공영방송은 나라 전체를, 민영 방송은 특정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시대지만 지상파 방송국은 여전히 그렇다.

일본의 한 방송국이 반성문을 썼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지역의 민영방송국인 TV도쿄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사과문(오와비)’라는 제목의 지면 광고를 냈다. 내용은 TV도쿄는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위주로 방송 전파를 내보내는데, 마치 전국 방송인 것처럼 프로그램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지방에선 방송을 볼 수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일부 지역에선 방송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전국방송을 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사과문 한 구절)

TV도쿄는 일본 TV 애니메이션 시장에선 손꼽히는 유명 방송국이다. ‘당신은 뭘하러 일본에 왔니’와 같은 버라이어티는 대표적인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고독한 미식가’도 TV도쿄의 드라마다. 하지만 본래 도쿄 지역 민방으로 시작했고 오사카와 같은 일부 대도시의 민영방송국과만 프로그램 공급 계약 관계였다. 지방에선 볼 수 없는 방송이었다. 예전 SBS(구 서울방송)이 서울 민영방송이었고, 지역 민방과 계약해 전국을 내보냈듯이 말이다. 이런 탓에 SBS의 초기 히트작인 ‘모래시계’는 지방에선 지상파 방송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다.

뜬금없는 사과문을 실은 이유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면서다. TV 방송을 공중으로 내보내는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서도 방송하는 방식이다. TV도쿄는 11일부터 오후 7시~11시에 인터넷 사이트 ‘TVer’(티버)에서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다.

TV도쿄 내부에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고 한다. 여전히 ‘지상파방송국=전파로 불특정 다수에게 쏘는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TV도쿄의 이시가와 사장은 지난 21일 실시간 인터넷 방송과 관련, “(TV방송을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게)너무 나간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화제를 불렀다”고 말했다.

한국이 IT에선 한발 앞선다곤 하지만, 한국 지상파 방송국은 아직 인터넷 실시간 방송은 시작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