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수준 발전으로 한때 거의 사라졌던 성병 ‘매독’이 선진국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다. 올해도 매독 환자가 ‘역대급’ 속도로 늘고 있지만, 그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한때 진단받는 사람이 거의 없어 ‘유령병’으로 불렸던 성병 ‘매독’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2022년 환자수는 과거 최다를 기록한 2021년의 1.6배 속도로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의 매독 감염자수는 7875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문제는 올해 감염자수 증가 속도가 2021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올 4월 10일(14주)까지 보고된 전국 매독 감염자수는 2592명으로, 작년의 같은 기간(1595명)보다 약 1.6배 많았다. 이 추이가 계속될 경우 올해 감염자수 역시 최다치 기록을 깰 전망이다.
매독은 ‘매독 트레포네마’라는 세균 때문에 발병하는데,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게 대부분이다. 반점, 발진 등의 초기 증상이 있지만 감염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조기에 약을 먹어 치료할 병이 십수년 방치돼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본의 매독 감염자수는 1950년 한때 연 20만명까지 늘어났지만, 항생제 페니실린 보급에 의해 1997년 연간 50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매독 환자는 2010년대 들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3년 전국 감염자가 1000명을 돌파했고, 2015년에 2000명대, 2016년 4000명대, 2017년 5000명대로 올라섰다.
갑자기 매독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일본에선 외국인 관광객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있다. 외국인에서 원인을 찾는 건, 일본 매독 감염 건수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2013년이 ‘관광 입국’을 추진한 아베 신조 2차 내각 출범(2012년 12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2018년 연 3000만명을 넘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찾아 유흥업소를 이용한 뒤 매독을 퍼트린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폰 데이트앱을 통한 만남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국에서도 매독 감염자수는 증가추세다. 한국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2013년 798건이던 매독 감염 보고 건수는 코로나 직전이던 2019년 1621건까지 늘었다.